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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Dec 21. 2017

자유한국당의 헛발질

새로운 보수층은 갈 데가 없다

한국 정치지형의 변화: 새로운 보수층의 형성

얼마 전 11월 14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19대 대선에서 나타난 한국 정치지형의 변화>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제19대 대선은 대통령 탄핵 사건과 촛불집회라는 독특한 정치적 환경에서 치러졌다. 14일 학술세미나는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서 나타난 정치적 특성과 유권자의 변화를 추적해보는 자리다.


세미나는 제1부(조기 대선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선택)와 제2부(한국의 유권자는 변하고 있는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세미나 시작 전에는 박찬욱 서울대학교 교육부총장의 축사가 있었다. 동 대학교 정치학 교수이기도 한 박 부총장은 한국 선거연구와 투표행태 연구의 역사,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한국 정치 연구자들의 활약을 응원한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세미나에서 건진(?) 흥미로운 내용은 "새로운 보수층의 형성"에 관한 것이다. 세미나 1부 발표 첫 타자로 나선 강원택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반공주의, 친미주의, 대북 강경정책 등 전통적인 보수층이 지향했던 가치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젋은 보수층이 대선에서 부상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존 보수층과는 결이 다른 보수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새로운 젊은 보수층은 젋은 진보층과 이념을 놓고 또다른 갈등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강 교수의 전언이다.


이러한 정치적 지형의 변화, 한국 정당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새로운 젊은 보수층은 정당의 새로운 지지층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당들이 보수와 진보, 좌우로 헤쳐모인 '이념 정당'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자유한국당, 새로운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그런데 왠지 자유한국당이 눈에 밟힌다. 새로운 보수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12년 대선 당시 젊은층 공략을 위해 '홍그리 버드'로 변신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정작 새로운 - 그가 보기엔 - 먹잇감인 젊은 보수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근 바닥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을 올리기 위함인지 홍대표는 막말과 색깔론 공세를 서슴치 않는다. 당내 동료 의원들조차 홍대표에게 막말을 자제하라 요청할 정도. 이러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게 아니라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을 떠받치는 일부 보수층들의 공격적 태도도 안타깝다. 오늘도 여의도 자유한국당 건물 앞에는 '태극기 집회'의 계파로 보이는 한 무리의 베레모 쓴 어르신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정권타도", "문재인 탄핵" 등 격정적 프로파간다를 두서없이 나열한 시뻘건 글씨들이 대형 현수막에 가득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파닥거리는 현수막의 기세는 당당하면서도 애처롭다. 대형 스피커에선 귀에 익은 행진곡이 피를 토하듯 울려퍼진다. 좌빨을 쳐죽이자는 이들의 퍼포먼스 속에서 '좌빨'적 혈통이 느껴지는 이 묘한 부조화.


홍 대표의 막말 퍼레이드와 색깔론 공세는 자유한국당의 위기를 반증하는 것일지 모른다. 콘텐츠가 없으니 말은 거칠어지고 목소리만 커진다. 자유한국당 당사를 지키고 있는 극렬 지지자들의 외로운 퍼포먼스 역시 기존 보수층의 '콘텐츠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새로운 보수층이 갈 데가 없다.


"연말에는 신보수주의를 선언하겠다"는 홍 대표. 신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참신한 콘텐츠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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