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머금은 도시의 아침엔 짓눌린 밤이 있다

적나라한 시

by 하 연

계양작전동의 골목길, 어느 아파트 단지 안의 전면주차 칸 위로


얌전히 몸을 묻은 자동차 한 대는 대리석으로 된 인도 위 턱에 무거운 머리를 힘겹게 내려놓고 있었다.


사실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단단하고 뜨거운 금속으로 된 자동차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으면


더 단단하고 차디찬 대지의 매끈한 날카로움에 그만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사실 대지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난잡한 밤, 항상 잠에 들기 전에 펼쳐지는

신축아파트의 일렁이는 LED 불빛 속 어린아이의 꿈 따위가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모두 지워지는 것만이 나약함일 뿐이다.

나약함은, 지워지고 마는 것일 뿐이다.


모두를 모두일 뿐으로 생각하는 나약한 감상이란, 사실 지워져야 마땅한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모두일 뿐이라면


그 속에서 시의 화자인 ‘나’란 아무런 감상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야기가, 사실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단단하고 뜨거운 심장에 알알이 박혀버린 감정들을 내려놓으면

더 단단하고 차가운 시선들에 그만 상처를 받기 쉬워질 뿐이다.


이제는 구세대의 상징인 디스코 음악들은 그 어떤 흉터보다도 단단해져서

오늘날의 난잡한 밤, 환상의 수평선을 질주한다.

때론 가장 명료한 표현만이 가장 난해할 수 있을 뿐이다.


아침이란 때론 소음일 뿐이어서


도시란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기보단, 서로의 감정과 이성의 표현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단순히 내 올리브빛의 감정선이 까치울을 지날 때마다, 저마다의 까치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에 대한 해체와 분석은 아니다.


이것은 단순히 까치울을 지나면, 명백하게 이어진 감정선이 올리브빛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날 어느 사람들이 어둠 속 떠나 돌아오지 못했던 감정선 또한, 투명하고 맑은 올리브빛이었으니까.


빛바랜 색이라도, 올리브색은 나에게 지평선이 되어주었다.


글을 쓰면서, 글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감상이란 사실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모두일 뿐이라면, 소설의 인물들이란 단지 허상에 불과하다.


사실 난잡한 밤이란 없는 것이라서


그 날 바라본 서해 바다의 수평선은 환상인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실제 여정의 난잡함이 철저히 결여된, 계획의 환상만이 가장 재미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악이란, 미술이란, 문학이란 실제 창작의 고뇌가 철저히 결여된 것이라기보단, 참여된 것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모두의 인생에서, 한 번쯤은 도시의 어스름밤을 헤매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가 모두일 뿐이라는 나약한 감성이 아니다.

도시엔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어느 아침, 난잡한 밤엔 환상의 수평선이 있다.

진짜 도시의 빛은 밤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이어서


도시란 절대 잠들지 않는 것이어서

햇빛은 도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햇빛을 머금은 도시의 소음엔 짓눌린 밤이 있다는 것이어서


사실 늦은 것이란 절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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