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꿈들을 위하여

<올리브빛 감정선> - 30

by 하 연

음악은 여느 때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보이저가 가지고 떠난 골든 레코드와는 조금 달라진 채로

이제는 아무도 LP를 쓰지 않는 미래를 맞이하려 했다.

이제는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다.

읽어내려가는 법을, 잊고 있었다.

그저 보고 듣고, 맡을 뿐이었다.

나는 나를 맡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제목조차 쉽게 쓰여지도록 요령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요령을 부리는 것 또한 능력이다.

몇 달 몇 년을 묵혀둔 세븐스타는 참으로 독했다.

이제 와서 이 추억을 다시 꺼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오늘은, 한 번에 글 하나를 모두 완성하고 싶었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불사를 수 있는 추억들을 얼마나 많이 내버려두었던가?

나를 태어나게 해준 자연은 내게서 이것들을 얼마나 많이 뺏어갔던가?

지구의 의지는, 지구 그 자신을 원망하는가?

나는 주저하는 꿈들을 위하여,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이 나를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프기 그지없다.

주저하는 꿈들은, 모든 것을 실증하거나 부정한다.

벌써 벚꽃이 모두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계절이었다.

나는 조금 늦은 것만 같은 이런 시기에,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래. 구차하게 말에 살을 붙이기보다는

뼈와 근육을 키우자.

미래의 나에게 해줄 말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신중동과 춘의동을 잇는, 조금은 삐딱한 내 고향을 추억하자.


심곡동과 춘의동, 중동, 상동, 고강동을 기록하자.

춘의, 신중동, 부천시청과 상동의 올리브색 구동축.

부평, 부개, 송내와 중동, 부천의 군청색 생명선.

그러한 일념으로 행한 압축적 여정을 글에 담아내자.

그건 어렵지 않다.

그리 대단한 여정이 아니다.

힘들고 지치고, 조금은 위험할 수 있는 평범한 여행일 뿐이다.

무지는 확신을 가지게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이 없으니까.

철저한 사전 준비 단계와

항상 예측을 빗겨가는 실제 사건들.

이것은 한낱 어른이라서 겪는 시련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이 아닌 사람들이 그것을 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어른일 수 없는 사람들은

망각을 벗어던질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시작과 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그렇다면 우리가 그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는 누군가의 시작과 끝을 무언가의 끝과 시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메모리, 멜로디, 레메디의 시작과 끝.

우리들의 주저하는 꿈들은 이러한 것들을 품고 있다.

나는 그저, 그 사실을 잊는 것이 가장 큰 무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잊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잃어버리는 것이다.

닳아빠지는 것이다.

양심의 삼각형이 세 꼭짓점을 점점 잃어가듯이 말이다.

그것은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닳아가는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주저하는 꿈들을 위하여 꼭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주저해도 좋지만, 절대 잃지 말라는 피말리는 말이다.

어지러운 글을 읽듯이, 주저하듯이, 넘어지듯이,

닳아빠지듯이 살아도 좋으니까, 말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도(© NAVER Corp.)

작가의 이전글키치죠지와 도쿄 돔의 인공지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