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이신 아버지 밑에서 나의 모든 오만을 고치고,
황제이신 아버지 밑에서 나의 모든 오만을 고치고, 궁전에서의 생활은 호위병이나 화려한 자포나 횃불, 동상, 그와 같은 외형적인 화려함이 없이도 영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실을 하늘에 감사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축복을 위해서는 '인간은 하늘과 운명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란 강변, 쿠아디족 마을에 잠시 머무르던 시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몇몇 글을 남겼다. 그 목록에는 감사일기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견된 작은 돌멩이처럼, 조용히 그의 삶을 응축한 기록이었을 것이다.
로마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도 황제로서 화려함의 극치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궁정의 생활 방식을 평민의 수준으로까지 검소하게 유지했다. 그리고 그 소박한 깨달음 자체를 하늘에 돌리며 감사했다.
그는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아내, 자녀들, 조부모와 부모, 친척, 스승, 소중한 벗들, 그리고 건강이나 배움에 대한 열정까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 자신이 가진 모든 장점에 대해 감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자만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정도는 충분히 용인될 법한 위치였지만, 아우렐리우스는 기꺼이 모든 것을 하늘의 축복으로 돌렸다. 그것은 마치 새벽 공기처럼 투명한 태도였다.
그 유명한 아우렐리우스의 글이 이토록 긴 시간을 넘어 우리의 귓가에 맴도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담담한 감사의 태도에 있지 않을까.
우리 또한 우리 주변의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람과 상황들. 그게 오로지 우리 혼자의 힘으로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니니까. 보이지 않는 운명의 도움과 알 수 없는 운의 축복이, 마치 바람처럼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었을 테다.
오늘 밤, 당신의 하루를 되짚으며 1900여 년 전 아우렐리우스의 그때의 밤처럼 조용히 감사 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잊고 지냈던 어떤 오래된 풍경이지만,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