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88
진심은 빠르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화려한 말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진심을 과소평가하거나,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기준으로 하는 실수를 하고 맙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가장 오래 남는 힘은 결국 말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진심입니다. 조지아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 관계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진정성’이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한 신뢰의 기반이 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공연 티켓이 생겼다며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몇 년 동안 저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듣고 있어서 오랜만에 밴드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라 굉장히 고맙고 신선했습니다. 그렇게 기대를 품고 도착한 공연장에서 <산만한 시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산만한 시선>은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2인조 포크 음악 밴드였는데요, 20대 초반 둘이서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두 분 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곡과 곡 사이 치킨집에서 같이 일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 함께 쌓아온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그때마다 굉장히 행복해 보였습니다. 일하다 중간중간, 그리고 일 끝나고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의기투합했을 거 같은 그 때의 모습이 겹쳐 보였지요. 그러면서 한 분이 농담조로 하는 말이 일하면서 배운 것 중에 하나는 그릇에 치킨무를 예쁘게 담는 거였다고 합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다른 한 사람이 저항 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고 ‘저 두 사람은 전우애 또는 서로에 대한 진정성이 마음 깊이 새겨졌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와도 대체 할 수 없는 서로가 된 것이겠죠. 그러면서도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서로가 냉철하게 조언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게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 장 한 장씩 쌓인 진정성이라는 종이의 무게가 바람에 날리지 않는 책 한 권을 이루게 되는 것이지요. 취업에 고민 많은 20대로서 음악 시작했을 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꾸준히 진심과 진정성을 쌓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참 좋아보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게 눈에 띄는 무엇이 아니라, 꾸준히 변하지 않는 무엇이라고 봅니다. 진심은 그 꾸준함의 핵심입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진심은 결국 가장 멀리 가서, 가장 오래 남는 방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