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없애기’보다 ‘다루기’

리추얼스토리-6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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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즘은 누구나 불안을 조금씩은 안고 살아가나 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번아웃으로 일을 그만둔 사람, 갑작스러운 공황증세로 병원을 찾는 직장인,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진 은둔형 청년, 고립된 어르신의 무거운 이야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보도(24.3.18.)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공황장애 환자가 50% 이상 증가했고, 우울증 진단 인원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제 불안은 특정한 누군가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겪는 시대의 감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단순히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일일까요?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하는 사회 분위기, 멈추면 도태된다는 압박이 우리를 조급하게 몰아 세웁니다. 햄스터는 원하면 돌리던 쳇바퀴에서 뛰어 내려올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굴레에서 내려오면 다시는 올라갈 수 없다는 패배적인 예감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립니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 불안하고, 잠시 쉬면 죄책감이 듭니다. 결국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에 다시 불안해지는 셈입니다.

<정신의학신문>은 한 기사에서 ‘불확실한 삶을 완벽히 통제하려는 기대가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24.9.17.)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통제하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현실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의 무력감이 더 커지는 거죠. 그 무력감이 다시 불안을 자극하고, 우리는 또다시 불안을 다스리려고 애씁니다. 결국 그 악순환인 셈인데, 그 속에서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와 모습만 바꾸어서 되돌아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이 악순환의 한가운데에서 종종 방향성을 잃습니다.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가는데, 그러다 보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바쁘게 사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여러 OTT를 섭렵하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보지만, 머릿속은 점점 산만해지는 느낌입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집중력은 떨어집니다. 무언가 하나에 진득하게 몰입해 보고 싶지만, 시작하고 나면 또 금세 흥미를 잃고 싫증이 나죠. 그렇게 또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찾아서 다시 방황하게 됩니다.


이렇게 불안과 혼란이 반복될수록, 산만하고 무질서한 일상을 멈추고 내 자리에 닻을 내리고 싶다는 갈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나를 꽉 잡아주기를 바랬습니다, 아니, 휘청이지 않고, 이리저리 부유하지도 않고 내가 내 발로 단단히 설 수 있는 그 무엇이, 어떤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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