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잠재우는 건 아주 작은 리듬 하나면 충분하다

리추얼스토리-7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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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혼란, 불확실, 산만, 고립, 번아웃.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지 몰라도 잠재울 수는 있습니다.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바꿀 수 있습니다. 리추얼은 바로 그 시작점입니다. 리추얼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하루를 일정한 리듬으로 만드는 작은 습관입니다. 이 리듬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기준점을 만들어줍니다.


불안이 커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예측 불가능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통제력을 잃은 듯한 불안을 느낍니다. 이세돌 9단은 얼마 전 유튜브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자기가 바둑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불확실한 세상 속,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수를 읽어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통제감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지요.


리추얼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예측 가능한 틀을 만들어 줍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이불을 개는 일, 씻기 전에 하는 간단한 스트레칭, 출근 전에 카페를 들러 커피를 사는 일- 이런 단순한 반복이 하루의 구조를 만듭니다. 이 행동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가 예상 가능한 일’의 감각을 만듭니다. 그 감각이 곧 통제감의 시작점이 됩니다.


리추얼은 누구에게나 이미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을 먹거나, 퇴근 후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것도 리추얼입니다. 의식적으로 반복할 때 그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키는 구조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그 행동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입니다. 의식적인 반복은 하루의 리듬을 일정하게 만들어주고, 그 리듬이 쌓이면 마음이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배우 전지현의 잡지 엘르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릴 때도 언제나 새벽 6시에는 러닝머신 위에 있었다. 나에게 운동은 명상과도 같다. 어느 순간 머릿속이 깨끗하고 차분해지는데 그 느낌을 좋아한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줄이기 위해 큰 결심이나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변화는 거창한 계획이 아닌 작은 반복에서 시작이 됩니다.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한 가지 행동- 그것이 하루를 안정시키고, 불확실하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게 만듭니다. 리추얼은 혼돈 속에서도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게 해주는 가장 단순하고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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