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집에서 사는 사람들

리추얼스토리-20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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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쓰레기장에서 사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가 종종 보입니다. 진짜로 쓰레기장에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쓰레기 집’ 현상인데요, 집안에 쓰레기가 산처럼 가득 쌓여서 발 디딜 틈 없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주로 우울증이나 강박증,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2030세대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저 지경까지 쓰레기를 집안에 두고 살 수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싱크대에는 먹다 만 배달 용기가 여럿 있고, 뜯었는지도 모를 택배 상자와 찌그러진 쇼핑 가방, 입고 벗어 놓은 옷더미 등 수없이 많은 물건이 바닥에 쌓여있습니다. 흡사 이삿짐을 꾸리기 위해 옷장과 서랍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꺼낸 것처럼 보이고 스티로폼, 빈 물병, 먼지 구덩이 등 여기저기 생활 쓰레기가 뒤섞여있는 거죠.


거기에서 사는 사람은 어떨까요? 두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런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자기 몸은 잘 단장하고 나와서 멀쩡하게 사회생활도 잘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침대 안에 갇혀서 집 밖으로 나오지를 않습니다. 정말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전문 업체가 수습을 한 후에 망자의 물건을 정리하게 됩니다.


사실 저도 쓰레기 집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참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로 너무나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 제가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청소며 빨래, 요리, 저 혼자만을 위해 매일매일 할 일도 많지요. 하지만 퇴근하고 나면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 만큼 방전된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쓰레기를 골라내는 것도 의사결정인데 그조차도 에너지가 소모되니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배가 고프니까 대충 뭐라도 꺼내 먹거나 빨리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아니면 배달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설거지는 바로 할 생각조차 나지 않죠. 출근을 위해 옷은 갈아입어야 하니까 귀찮아도 세탁기를 돌리지만 옷더미가 한 구석에 산처럼 쌓여있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침대에는 내가 빠져나온 그대로 생긴 이불 동굴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더러운 꼴을 보고 있자니 이게 사람 사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사는 사람이었나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것을 치우려니 정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쌓이고 쌓이니 이건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몰랐습니다.

물론 청소 업체의 손을 빌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이런 상태의 내 집을 보여주기도 싫었고,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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