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36
점심 먹고 나서 졸리는 경험, 해보셨을까요? 저만 겪은 경험이 아님을 감히 100% 확신합니다. 가만 보면 사람 사는 거, 생각하는 거 비슷하지요. 낮잠 문화가 있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스페인에는 전통적으로 ‘시에스타’가 있어 낮 12-2시 사이에 상점과 관공서가 문을 닫고 모두가 낮잠을 자는 풍습이 있습니다. 중국은 ‘우지아오’가 있어 유치원생부터 직장인까지 점심 식사 후 20분에서 1시간가량 낮잠을 자는 것이 일상입니다. 베트남에도 덥고 습한 기후 특성상 점심 전후로 짧게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도 점심을 먹고 나서 합법적으로 허락받고 잘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대한민국은 그런 문화가 아니지요. 그리고 여담이지만 먹고 바로 자면 소화기관에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잠은 피로 회복과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어찌 보면 환경과 문화에 따라서는 생존을 위한 현명한 방법입니다. 일상은 그리고 인생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이기 때문에 가다가 휴게소에 들르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낮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점심 식사 후에 직장 동료와 함께 꼭 산책하는 편입니다. 워낙 걷기를 좋아하거니와 점심 먹고 나서는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키고 싶고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잠시나마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하늘도 보고 나뭇잎 색깔이 점점 달라지는 것도 느껴보고요. 무엇보다도 동료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그렇게 힐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 주제는 그때마다 다릅니다. 어제 봤던 OTT 영상 이야기나 업무하다가 겪은, 이 업무 특성을 이해하는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었던 에피소드, 오늘 먹었던 점심 메뉴와 연관된 음식의 유명한 식당 정보 등등 소재는 무궁무진하지요. 그렇게 한 20분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산책하고 나면 소화도 되고 기분도 훨씬 좋아져 있습니다. 산책 후 업무하러 자리에 앉게 되어도 이제는 그렇게 졸리지가 않고 상쾌한 느낌이 듭니다.
이와 관련하여 울트라디안 리듬(Ultradian Rhythm)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울트라디안 리듬은 인간의 뇌와 신체가 약 90분 단위로 집중력과 에너지가 상승·하강하는 생체 리듬을 의미합니다. MIT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뇌는 약 75~90분 동안 집중한 뒤, 10~20분 정도의 짧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이 주기를 반복하며 집중력과 창의력이 자연스럽게 오르내립니다. 학술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도 회복 리추얼을 가진 사람은 그전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 반응 속도가 2~3배 빨라진다는 연구 분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점심 먹고 나서 산책 리추얼 어떤가요? 혹시 산책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도 좋습니다. 또는 한 잔의 차나 커피도 좋습니다. 단, 의미가 깃들어야겠지요. 점심 후 소소한 리추얼을 하면서 우리가 회복하고 있다고 의식하면 신선한 느낌으로 일상과 업무에 다시 몰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