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추얼 구역을 만들어보자

리추얼스토리-38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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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공부를 하려는데 갑자기 책상을 치우고 싶어지고, 분명 업무를 위해 메일 체크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필요 없는 메일을 골라내며 삭제하는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둘 다 있습니다. 학생 때 기말고사 공부량이 워낙 많아서 밤을 꼴딱 새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책상 위에 어지러이 있는 다른 물건들이 거슬리는 겁니다. 집중해서 외워야 할 것도 많은 데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들을 보니 저것들을 치워야 공부가 제대로 되겠다 싶었습니다. 평소엔 하지도 않던 정리를 왜 하필 지금 꼭 하고 싶은 건지, 정말 등짝 스매싱 감이죠. 사실 이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입니다. 제 친구들 모두 한 번씩은 경험이 있더군요.


재미있게도 이 심리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코넬 대학의 환경 단서 연구에 따르면 책상 위의 배열, 눈높이에 놓인 물건만으로도 사람의 행동·결정·감정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질서 정연해야 집중력도 올라가는 것이지요. 시험 족보 열 장을 달달 외워야 하는 순간, 암기에 도움 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싶었던 책상 정리는 본능에서 나온 일일지도 모릅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이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함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큰 줄기를 만든 학자인 칼 융은 “외부 환경은 내면의 세계를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심리나 감정 상태를 보려면 그 사람의 방 상태를 보라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내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해두는 것은 리추얼을 실천하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리추얼의 세 기둥은 의미 부여, 반복, 연결인데, 잡생각이 줄어들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집은 나만의 리추얼 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혼돈 속에 자신만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지요. 누가 봐도 어지럽지만 정작 본인들에게는 확고한 기준 아래 분류를 해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각각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하면 됩니다.


MIT 한 연구팀에서는 공간의 조도, 냄새, 소리 등 감각적 요소는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유도하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에 가면 꼭 거기서만 나는 향기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대표 서점인 교보문고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서점 문 가까이에서부터 특유의 향기가 나면서 벌써 책이 쭉 진열된 광경이 떠오르고 이것저것 책을 펴볼 생각에 두근거리죠. 이는 유명한 체인 호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유의 향수를 개발해서 사용하고 판매도 함으로써 그 향에 호텔 특유의 분위기를 싣는 것이지요. 이렇게 오감의 요소를 활용하여 나만의 리추얼 구역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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