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릴 때 나를 먼저 다독이는 사람들

리추얼스토리-62

by 미키현 The ess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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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상대를 먼저 바꾸려고 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위대한 리더들은 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하는 사람은 상대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감정이 폭발하기 전, 자신을 진정시키는 작은 리추얼로 관계를 지켜냈습니다.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이자 세계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1989년 노벨상 수상자)는 새벽의 어둠 속,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엽니다. 그의 하루의 첫 한 시간은 오직 명상으로 채워집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 단순한 문장을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뇌는 동안 분노와 걱정은 자연스레 가라앉습니다. 다른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은 언제나 내 마음의 중심을 먼저 단단히 세우는 일입니다. 그렇게 나와 연결되고 나면, 다른 이들과도 더욱 편안해집니다. 그는 “내가 안정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정시킬 수 없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베트남 출신의 불교 승려이자 세계 4대 생불(살아있는 부처를 이르는 말) 중 한 명이었던 틱낫한 스님(2022년 입적)의 리추얼은 더욱 섬세합니다. 갈등 상황이 생기면 틱낫한 스님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숨을 들이쉴 때 너를 받아들이고, 숨을 내쉴 때 너를 놓아준다.” 단 10초의 호흡이지만 이 순간은 격하게 널뛰던 감정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장치로 충분한 역할을 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천천히 다루는 이 방식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킨 리추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렸던 교황 프란치스코(2025년 선종)의 리추얼은 하루의 마지막에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빛이 희미해진 방에서 조용히 노트를 펼치고 자신에게 묻습니다. “오늘 내가 상처 준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이름을 적어보고, 다음날 먼저 다가가 사과의 말을 건네거나 행동으로 만회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리더십이라는 것은 실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먼저 인정하고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용기였습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상대’보다 ‘나’를 돌아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다르게 보입니다. 짧은 고요에도 감정을 정렬하는 힘이 있습니다. 감정이 가라앉고, 안정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지고, 작은 리추얼이 관계의 끊어진 고리를 다시 묶는 힘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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