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스토리-69
위대한 음악가들은 흔히 ‘타고난 천재’로 기억되지만,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무섭도록 규칙적인 일상이 그들의 재능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영감이 오길 그저 기다리지 않았고, 영감이 솟아나는 자리를 만들어 놓아 그 자리를 매일 같은 시간에 지켜냈습니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오후 1시까지 쉬지 않고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오후 시간에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카페로 달려가 블랙커피를 작은 잔에 마셨고 한 두 시간 정도는 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항상 가지고 다니던 작은 악보 노트에 즉시 써 내려가서 집이나 카페, 술집 등 어디서나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건강 악화와 고독감, 경제적 곤궁 속에서도 그는 작곡을 멈추지 않았고 3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0여 곡의 주옥같은 가곡을 남겼습니다.
최고의 기교를 가진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피아노의 황제’라고 불렸던 리스트의 하루는 조용한 기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폭풍처럼 연주하던 그의 무대 이미지와는 달리 차분한 아침 명상 후 간결한 식사를 하고 오전엔 정해진 연습 일과인 손가락을 푸는 테크닉 연습, 즉흥 연주, 그리고 본격적인 작곡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카페, 살롱,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충전했고 여행 중에도 피아노를 대체할 수 없을 때는 테이블에서 손가락 연습을 했습니다. 특이하게도 리스트는 ‘절대 휴식의 날’을 만들어 스스로를 멈추게 했습니다. 지나친 몰입과 영감의 소진은 체력을 빠르게 갉아먹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멈춤은 중요한 또 하나의 리추얼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작가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브람스는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에 작곡하는 것을 선호해,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엔 작곡, 오후에는 교정과 편곡, 저녁엔 독서나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일과를 매우 규칙적으로 지켰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정해둔 코스로 산책했으며 브람스가 걸었던 길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일상이 깨지면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로 그에게 반복적인 일과는 선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붙잡아주는 고정 체계였습니다.
이렇듯 위대한 예술은 규칙성과 반복을 견딘 사람들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불러내는 반복 속에서 음악은 서서히, 그러나 단단하게 완성되어 갔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작은 반복이 어떤 변화의 문을 열어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