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보이는 것들
치앙마이에서는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대개 아침 7시 전후. 치앙마이가 한국보다 2시간 더 늦기도 하지만 전날 2시간 동안 트레킹을 하거나, 반나절 동안 자전거를 25km를 타도 어김없이 7시 즈음이면 눈이 떠진다. 전날 마사지로 풀린 몸 때문일까 아니면 이 곳에서는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라는 내 몸의 신호일까.
침대 위에서 잠시 뒹굴거리다가 대충 세수만 하고 밖으로 나온다. 그리곤 치앙마이 거리 곳곳을 걷는다. 목적지도 없고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다.
처음 치앙마이에 왔던 해에는 당시 머물고 있던 님만해민 거리를 구석구석 걸어 다녔다. 지도 어플을 켜지 않았는데도 걷다 보니 어느새 올드타운 근처까지 와 있었다. 그렇게 아침에 세 시간 넘게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치앙마이 동네 곳곳이 눈에 자연스레 익는다.
이른 아침의 거리는 고요하다. 여행객들의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출근길에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과 아침 장을 보는 현지인들만이 거리 곳곳에 있을 뿐이다.
태국의 '직장인의 아침'은 남편이 처음 알려주었다. 대학생 시절 여름 방학 동안 방콕에 있는 한 한국 기업에서 잠깐 인턴을 했던 남편은 태국 직장인들 대부분은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노점에서 아침을 포장해 와서 사무실에서 먹는다고 했다. 2018년에 남편과 함께 방콕에 놀러 갔었는데 직접 그 모습을 보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 아침 반찬을 파는 가게와 노점상들이 있었고 많은 직장인들이 그곳에서 아침을 포장해 갔다.
치앙마이가 태국의 두 번째 도시라고는 하지만 방콕에 비하면 매우 작은 도시기에 치앙마이도 방콕처럼 아침에 음식을 포장해 가는 직장인들이 많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아침 산책 길에 우연히 치앙마이 직장인의 아침 순간을 마주쳤다.
방콕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곳 역시 현지인들 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치앙마이 사람들을 보니 반가웠다.
몇몇 사람들은 거리 위 테이블에서 아침을 먹기도 했고 몇몇 사람들은 방콕에서 봤던 것처럼 음식을 포장해 갔다. 아침을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치앙마이 직장인의 아침은 놓칠 수 없었다.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린 뒤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치앙마이에 오게 되면 대부분 태국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태국은 세계 3대 미식 국가 중 하나로 먹을 음식이 너무나도 많다. 일주일 내내 태국 음식만 먹어도 못 먹어본 음식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이곳은 반찬을 여러 개 고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눈으로 맛있어 보이는 반찬들을 골랐다.
매콤한 태국식 소스와 함께 현지인들 속에서 아침을 먹고 있자니 이 순간만큼은 여행객이 아니라 이곳의 사람처럼 느껴진다. 음식을 먹으며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상점 주인의 목소리, 그리고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아침의 배경 음악처럼 느껴졌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진짜 치앙마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리는 상점 셔터가 올라가는 소리와 노점상들이 준비하는 분주함으로 가득하다.
관광객들이 몰리기 전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거리는 그 자체로 차분한 에너지를 준다. 그곳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여행객이 아니라 출근길에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 아침 장을 보러 나온 현지 어르신, 그리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포장하는 청년들이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낮의 치앙마이와는 전혀 다른 이 풍경은 마치 숨겨진 또 다른 도시를 발견한 기분을 준다. 아침의 치앙마이는 ‘보여주기 위한 도시’가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진짜 일상이 숨 쉬는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야 비로소 나는 관광객의 시선을 벗어나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있다는 기분이 든다.
여행은 단순히 유명한 명소를 둘러보는 것만이 아니라, 이렇게 그곳의 리듬에 맞춰 살아보는 경험이라는 걸 치앙마이의 아침은 매번 나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또 한 번 나는 치앙마이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