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고물건 연대기
앤티크 몰이 채워주던 심심풀이 아이쇼핑의 아쉬움을 달래준 건 한국의 아름다운가게와 구세군 가게였다. 앤티크 몰만큼 아름다운 눈요깃거리는 없지만 대신 가격이 아름다운 곳인 셈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동네에서 멀지 않아 가끔 근처를 지날 때면 들르곤 했는데, 몇 번 가다 보니 나의 취향을 어느 코너에서 만족시켜야 할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여기서의 쇼핑 패턴은 이렇다. 가게 한 편의 이동식 행거에서 새로 들어온 옷가지를 살피고 가죽 가방 코너로 간다. 그다음에 고가의 옷이나 브랜드 제품을 모아놓은 곳, 그러고 나서 그릇을 본다.
동네마다 다를 텐데, 우리 동네는 새로 들어온 옷가지는 따로 이동식 행거에 걸어두곤 한다. 먼저 이곳을 살펴야 한다. 중고가게에는 물건이 거의 하나씩밖에 없고, 괜찮은 물건은 빠르게 사라진다. 오래도록 걸려 있는 물건은 모두의 손이 안 가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진열되어 있던 상품보다는 새로 들어온 물건에서 좋은 걸 건질 확률이 높다. 다음으로 가죽 가방과 그릇 코너를 돌아보는 건 낡고 부드러운 가죽과 약간은 촌스러운 무늬의 그릇을 좋아하는, 오로지 나만의 취향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촌스런 그릇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레트로와 뉴트로가 유행이어서인지, 혹은 그 시절의 살림들은 웬만큼 다 털어내서인지, 요새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산 옷은 자랑하고 싶어진다. 동네 친구들에게 "이거 3천 원이지롱~"하고 자랑하면 친구들은 "55나 66이나 그런 데서 살 수 있는 거야." 하며 장단을 맞춰 주지만, 대중적인 사이즈만 쇼핑 가능한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작거나 큰 사이즈는 맞을 만한 구매자가 드물어서인지 오히려 좋은 옷을 만날 때도 있다. 남편은 105 사이즈라 간혹 그런 옷을 이곳에서 만나기도 한다.
구세군 가게는 친정집 근처에 있어 종종 들렀는데, 재밌게도 미국 브랜드가 많았다. Salvation Army의 본진이 미국인가? 싶어 찾아보니 영국인데, 이유가 뭘까? 여하튼 흔치 않은 컬러의 스웨터나 기업체에서 기부한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어 좋았다. 한국 가정에는 없을 귀여운 아기 소품이나 목마 등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수선까지 겸하고 있어서 맘 좋은 점원 언니가 드르륵, 즉석에서 내 몸에 맞게 고쳐주기도 했다. 나중에 듣기에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가게에 들를 때면 기증할 물건도 챙겨가곤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물건을 기증한 매장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럼 물건들은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 걸까 싶었는데 올해 성동구의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취재할 일이 있어 갔다가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그곳 지하에 아름다운가게 작업장이 있어, 기증된 물건을 모아 분류 작업을 한단다. 판매될 만한 것과 다른 작업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산업폐기물 청소 도구로 사용된다고. 그러니 기증품은 한 곳에 모였다가 각 가게로 다시 분산되는 모양이다. 아름다운가게 마니아로서 꼭 구경하고 싶은 곳이었으나 일하시는 분들의 초상권을 위해 아쉬운 마음을 접어야 했다.
새활용플라자에는 그 외에도 재미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2층에 위치한 '에코파티메아리'는 아름다운가게의 '블랙라벨 버전'인 곳으로, 아름다운가게의 기증품에 디자이너의 솜씨가 가미되어 새롭게 탄생한 옷과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꼼꼼히 살피고 덧댄 만큼 옷의 질도 새 옷 못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희소성도 지녔다. 가격대가 보통의 아름다운가게보다는 높지만, 일반 옷 가게와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취재 중이라 적극적으로 쇼핑에 달려들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입어보고 싶은 옷이 많았는데! 안타까움에 아들을 위한 가죽 카드 지갑 하나만 골라왔는데 5천 원으로 역시 아름다운 가격이었다. 지금 보니 쇼핑몰도 있다!
* 에코파티메아리 http://www.beautifulmarket.org/goods/goods_list.php?cateCd=015001
소비자로서는 일단 아름다운 가격에 혹하게 되지만, 아름다운가게의 사업은 다른 아름다움도 만든다. 쓸모없는 물건을 처리하면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물건 판매의 수익금은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어려운 이웃의 자립을 돕는다. 공정무역 물건과 친환경 제품의 판로에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내겐, 참새가 방앗간을 가듯 쏠쏠한 재미를 주는 곳이다. 그러니 기증품이 더 많아져 나의 즐거움도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사욕을 부려본다. 방문 기증뿐 아니라 물건이 많을 경우 온라인 기증도 받으니 많이 많이 이용하자!
*온라인 기증 신청 https://www.beautifulstore.org/donation
*매장 찾기 http://www.beautifulstore.org/find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