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좀 하시나요

우리 동네 당근러

by 미키

중고거래를 이토록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내가 당근마켓을 사용하지 않을 리가 없지.

당근마켓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초창기 시절. 지역맘 카페에서 누군가 올린 소개글을 보고 냉큼 가입했더랬다. 포인트며 할인 혜택 잔뜩 주는 쇼핑몰 앱은 사용하지 않는데 역시 중고 러버답다. 당시엔 사용자도 별로 없어서 물건도 유아용품만 조금 올라와 있는 정도였다. 거래지역도 판교 분당쯤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게 지금은 구글플레이에서 쇼핑앱 1위! 온라인쇼핑앱 실행 횟수도 1위라고! 그럴 수밖에. 왜냐면 제가 중고거래 연대기에서 계속 강조했듯이 중고 물건은 온리, 저스트, 재고가 1입니다, 1! 지금 겟하지 않으면 없어요. 물건 알람이 뜨면 그때그때 앱을 실행해서 물건을 확인해야 하는 겁니다~ 홈쇼핑 타임세일보다 긴박하다고요!


관련 기사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052197221

기사를 보니 20016년 8000명의 이용자로 시작되었다는데. 네, 그 속에 제가 끼어있습니다. 그 실행 클릭수 일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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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초창기, 깨끗하게 입힌 아이 옷을 올려 팔고 장난감도 팔고 책도 팔았다. 근거리 엄마들과의 거래는 매우 깔끔했다. 몇 천 원의 불로소득도 좋았고 싸게 물건을 구입해 좋아하는 나같은 마음을 확인하는 것도 무척 즐거웠다. 점점 가입자가 늘고, 동네에서 올라오는 중고 물건도 다양해지고, 지역도 넓어졌다. 앱의 부가기능도 요모조모로 늘었다. 그런데 나는 정작 그동안 옷이며 장난감을 물려받을 주변인들이 생겨서 당근 마켓을 이용할 일이 줄어들었다. 결정적으로 진상을 몇 번 겪으니 판매 욕구가 뚝 떨어졌다. 사람이 늘면 변수도 늘어나는 법이다.


어떤 구매자는 새벽에 자꾸 의미불명의 문자를 해댔다. 어떤 이는 약속 시간인데도 오지 않아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지금 출발했다."란다. 아니, 어디서 출발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지? 도착 시간을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재차 물어보니 약속시간을 훨씬 넘겨 도착할 모양새다. 거래 없던 걸로 하겠다 하니 "늦을 수도 있고 일찍 올 수도 있는 거지, 서로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것도 이해 못하냐."라고 비난한다. 이건 무슨 적반하장이지? 취소하고 다음 거래자에게 넘겨버렸다. 진상 판매자들도 있다. 깨끗한 물건이라고 써놨는데 가서 보면 세상 꼬질하고, 사이즈를 잘못 올려서 허탕치게 만들고, 약속 시간 맞춰 갔는데 연락이 안 닿고. 그래도 이런 진상보다는 쿨 거래가 더 많았다. 거래가 불발될 때에도 미리 알려주고, 서로 미안해하고, 성사되면 별점 꾹꾹 눌러주고.


그리고 당근 거래에서는 나만의 또 다른 즐거움이 하나 추가되었다. 새로운 동네를 탐방하게 되었다는 것. 같은 지역이라 해도 이웃 동네에 갈 일이 없는데 당근 거래를 하러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되었다. 이쪽에 이렇게 큰 아파트 단지가 있다는 것도, 저 큰길 뒤로 고즈넉한 빌라 단지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아파트는 밤이면 주차가 지옥이고, 저 아파트는 마트 카트를 끌고 다닐 정도로 상권이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정말 미시적인, 어따 써야 할지 모르는 정보인데, 낯선 동네 구경을 좋아하는 내게는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어찌 알겠어? 나중에 부동산 정보가 될지...;;


아무튼, 소소한 판매자이자 단골 구매자로 당근러가 된 지 어언 4년 차. 당근에서 주부 직원을 모집한다 했을 때 솔깃했을 정도로 붙박이인 내가 당근러들에게 감히 조언하고자 이용 팁을 적어본다. (조언은 무슨, 사실 나 좀 좋자고 쓰는 팁이다.)

1. 진상은 말투부터 다르다. 첫 챗부터 인사 없이 다짜고짜 에누리나 질문이 들어오는 경우 끝까지 무례한 경우가 왕왕 있더라. 이런 사람에겐 판매의 기대를 접는 게 낫다. 구매 시에도 마찬가지.

2. 사이즈는 정확히! 프리사이즈도 아니고 55~66이라고 적거나 '무릎 아래 길이'라고 적기도 하는데... 음, 신체사이즈를 정확히 알릴 것이 아니면 실측 사이즈를 적도록 하자. 판매자는 물건이 빨리 나갈 것이고 구매자는 확신을 얻을 것이다. 간혹 관심도는 높은데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 사이즈가 애매하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은 듯. 실측 사이즈를 제시해서 제값에 어서 팔자. 실측 사이즈와 함께 라벨이나 제품 넘버 사진 등을 찍어 올리면 굿굿.

3. 물건 상태는 있는 그대로.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기대한 물건이 아니면 구매 욕구는 사라진다. 천 원짜리 물건이라도 대략적인 물건 상태는 미리 알려줘야지 서로 시간 낭비가 없다.

4. 가전제품은 묵히지 말고 바로바로 내보내기. 개인적인 견해지만 2년 전에 사서 1년 묵힌 가전보다는 5년 전에 사서 어제까지 쓰던 가전이 중고 상품으로는 더 낫다고 본다. 이상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없는 상품이라면 묵혔던 상품을 살 사람은 없을 것. 그러니 가전은 묵히지 말고 팔고 사자.

5. 사진은 많을수록 좋다. 팔 의지가 있다면! 사진을 많이 많이 올리자. 전면, 후면, 측면! 문제 될 만한 곳은 더더욱 자세히! (내가 이걸 하기 싫어서 구매만 하고 있지만...;;;)


이런 거 저런 거 따져가며 중고거래를 하기란 사실 꽤 피곤한 일이다. 며칠 전에도 아들 다운점퍼를 하나 사볼까 하고 당근을 뒤졌다. 이건 사이즈가 애매하게 적혀 있네, 이건 오리털 함량이 안 적혀 있네, 이건 소재가 뭔지 모르겠네 하며 골몰하고 있으니 남편이 뭘 그리 피곤하게 사냐. 그냥 새 거 사지. 라길래


"그래도 이러면 오리 한 마리는 살릴 수 있지 않겠어?"


라는 대답이 나왔다.

흠. 나 좀 멋진데?

그러다가 막상 거래하러 갔더니 설명에 없던, 너무 해진 옷이라 그냥 돌아와 새 옷을 검색했다는 건 안 비밀;;

그러니까... 오리털 그만 뽑게 당근러님들 실측 사이즈랑 상세 사진 좀 많이많이 올려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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