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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Apr 17. 2019

보석 같은 봄날

이리 나와 봐. 밖엔 보석이 쏟아지고 있어.


이 보석들은 욕심껏 눈에 담아 가도 돼. 

어렸을 때 백과사전 시리즈가 집에 있었다. 

'ㅂ' 항목에는 보석이 있었는데 각종 보석이 몇 페이지에 걸쳐 총천연색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어린 눈에도 어찌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심심할 때면 보석 페이지를 펼쳐 놓고 빠져들곤 했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터키석, 진주, 호박, 산호, 가넷 등의 보석들은 사진 속에서도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분홍색 등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몇 번이고 하염없이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 있고,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꽃이 보석 같다. 


자연이라는 만수르가 보석을 마구 뿌려주는 것 같은 요즘이다. 

이럴 때 가만히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면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그동안 혹독한 더위와 미세먼지 가득한 겨울을 잘 견뎠다고 주는 상인가.


분홍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벚꽃,

에메랄드 목걸이처럼 늘어지는 버들잎,

오팔처럼 우아한 진달래, 별을 총총 매단 개나리.

봄 햇살은 이 모든 보석 위로 반짝이는 사금을 뿌리는 듯하다. 

내 맘껏, 욕심껏 담는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넘치도록 쟁여놓고 반짝임이 필요할 어느 날에 꺼내어보고 싶다. 


꽃이 보석인 양 보게 되는 건 이제 희소성이라는 걸 알아버려서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보석이 귀한 대접을 받는 건 희소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을 모르고 

마냥 아름다움에 감탄하던 어린아이처럼 

꽃의 화사함에 취하는 단순한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는 이러한 봄을 몇 번을 더 볼 수 있을까

세어보게 된다. 

누군가는 타박할 수도 있는, 내 나이엔 너무 이른 셈이지만

아쉬울 정도로 반짝이는 봄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횟수를 세어보며 마음속에 그늘을 만들어버리고 나면

우습게도 눈앞의 햇살은 더 눈부시고 꽃잎은 더욱 생기 있어지곤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셈을 하게 되는 걸까? 


무엇이든 귀한 아름다움을 선물 받아 감사한 봄이다. 

안타까운 사정으로 밖에 나올 수 없는 이라도, 

어떻게든 이 봄의 선물을 나눠 받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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