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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Feb 01. 2023

일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결심하다

일에 한계점을 두는 것이 행복한 이유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기술들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졌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아이들의 엄마들과 상담을 하며 익힌 크고 작은 다양한 기술들은 내가 일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하면서 활용되고는 한다.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는 비록 급여가 크지는 않았지만 나의 지적호기심을 채워주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 교재 만드는 방법 등 말이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그것들로 블로그나 인스타를 꾸미거나 책을 읽는 등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의 회사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건별매출, 주매 출, 일매출에 대한 자료뿐 아니라 월급계산까지 내가 직접 해서 사장과 맞추어 보아야 하다 보니 너무나 생소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일이고 수수료를 받아보았을 때 내가 일한 만큼 번다고 하더라도 아이템이 좋은 것인지 상담양도 많았고 점점 올라가는 수수료가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그때만 해도 내 일은 오직 영업상 담만이었기에 미팅을 직접 가서 오더를 땄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집에서 톡이나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서 상담하는 건수가 늘어 수수료도 증가되었지만 점점 사장이 원하는 자료의 양이 늘어났다. 


 규모가 작으니 원래의 양식도 없고, 사장입장에서 그 자료 가지고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는 자료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아야 하기에 앞으로의 자료뿐 아니라 지난 자료로 먼저 만들어 보기를 원했다. 점점 나에게 요청하는 것이 많아졌다. 월 매출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매출과 연결되지 않는 자료까지 요청하는 수준에 이르고 나서야 내가 일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일은 지금도 즐겁지만 (이제 상담할 때 필요한 멘트나 행동양식이 생겼다. 내가 고안했지만.. ) 일이 과중되었다. 상담시간은 정했지만 영업이라 시도 때도 없이 상담문의가 오곤 한다. 그런 문의들은 매출로 직결되기에 안 받을 수도 없어 처음에는 정말 정신없이 전화를 받았다. 지금은 "조금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나중을 기약하는 스킬도 생겼지만 그전까지는 마치 내 사업인양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평소 취미생활로 가졌던 책 읽기나, 글쓰기, 커피 마시기, 영어공부, 일본어번역 등을 하나둘씩 포기하게 되고 나의 시간이 일하는 시간인지 자는 시간인지 모를 정도로 무너져 버렸다. 


"이거 가스라이팅 같아요. 우리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함께 팀을 이뤄서 일을 하는 동료의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앞으로 클 회사니까 우리가 열심히 해주면 그만큼 나중에라도 보상해 주겠지, 몰라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안일했던 것 같다. 일의 특성상 내가 상담을 하여 오더를 내리면 동료가 인력을 지원하고, 다른 파트의 동료가 물건을 발송한다. 그러니 이 세 파트가 박자를 잘 맞춰서 일을 하면 더없이 좋은 콤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원은 사원일 뿐 사장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나의 경우 매출에 직결되는 업무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장만 원하는 자료를 만드는데 치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며 지금 당장 필요한, 필요할 것 같은 자료만을 만들어 제공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일을 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나도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심코 출, 퇴근 시각을 무너뜨린 것을 후회했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후 4시가 되면 업무를 멈추고 상담 이외의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상담은 수시로 들어와서 6시고 8시고 10시고 상담을 해 주고 있었다. 혹시 잊어버릴까 봐 다시 노트북을 열고 자료에 기입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만 할 뿐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일하는 시간인 것일 수도....) 


 이동 중에 유튜브로 다양한 강의를 듣는 것을 즐겨하던 나는 최근에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소시오패스 구별법' 

요즘 핫한 키워드이기에 (최근 읽은 소설 속의 인물의 성격이었다. ) 들어보았는데, 한국의 인구 100명 중 4명이 소시오패스이고, 그들은 자신이 소시오패스인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에 맞게 상대를 이용하려고 하고, 상대를 바꾸려 든다는 것이다. 교수는 그러면서 어떤 멘트를 사용하는지를 말을 하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얼마 전에 들은 그 멘트.. 바로 우리 사장이 했던 그 멘트였던 것이다. 


 업무상 사장과의 소통이 필요한 것이 아직 있지만, 내가 상대하는 것은 사장보다 소비자가 80% 동료가 15%, 사장이 5% 정도이다. 


나는 나의 업무스타일과, 성격을 재 정비해야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일의 한계점'을 두자는 것이다. 


이 사업이 잘되면 좋겠지만, 그것도 내가 생활하기 위한 것이고, 내 사업은 아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소비자에의 상담이 아닌 이상에는 조금 멀리 해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일에 대한 것도 꼭 보고해야 할 것들 외 사장에게는 담소나 노하우 공유, 공감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겪어본 사장은 결코 그것이 가능한 인물이 아님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따라서,


1. 일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럼에도 들어오는 상담은 상황에 따라 최소화하거나 미룬다.

2. 매일 책을 읽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한다.    

3. 나만의 힐링시간을 둔다. 

4. 직접 관계없는 업무지시는 최대한 미루거나 거절한다. 


내가 행복하려면 나를 먼저 다스려야 한다. 깨달았으니 실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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