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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Dec 09. 2022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기 좋은 사람만 되지 말자. 

워킹맘으로 지낸 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직장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었고, 집안일도 바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외식은 그저 남편이 쉬는 휴일 뿐이었다. 하지만 남편 역시 평일에는 외식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외식을 하자고 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어서 주말에는 그동안 갈고닦은 요리 솜씨를 뽐내는 날이었다. 결국 나는 일주일 내내 집에서 먹는 날이 많았다. 그나마 일본에서 살았던 시간 동안에는 집에서 먹는다 해도 한식보다는 일식이 많았고, 약간의 별미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싶었고, 그리웠다. 


벌써 한국에 온 지 15년이 넘었고, 전 시간 일을 한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나 역시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많았다. 내게 주어진 약 1시간 정도의 점심시간은 열심히 일한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었고, 앞으로 열심히 일할 시간들에 대한 위안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에 내가 먹는 음식의 메뉴 선택은 그날의 아침 시간부터 나를 설레게 한다. 음식을 먹는 것을 즐기고, 그것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前 직장에서 약 10년 정도 일을 했고 그 직장에서도 1주일에 약 3~4일 정도는 점심을 밖에서 먹어야 했다. 전직한 지금 직장에서는 처음 몇 달 동안은 외근이 많았기에 제대로 된 식사라기보다는 때우기용 식사를 했지만 지금은 내근직이 되면서 월~목까지는 어쨌던 외식이다. 때로 식사를 사무실에서 하기도 하지만 주 2~3회는 외식을 한다.  


내가 외식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식사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식사를 하면 아무래도 점심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지만 그만큼 일에 치여서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로함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다소 돈을 들여서라도 장소를 바꾸고 모양이 예쁜 점심을 찾게 되었다. 이건 뭐 다른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나를 위해 예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면 오늘도 열심히 일해볼까.. 하고 힘이 나기도 하고, 글을 쓰는 나로서도 다양한 글감이 떠오른다. 






특히 이렇게 맛있게 꾸며진 데다가 맛까지 좋으면 다소 음식의 가격이 부담스러워도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1주일에 4일을 전부 맛있는 것을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하는 시간 동안 겪은 다소간의 스트레스를 이러한 음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나의 소박하면서도 순수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좀 창피하지만) 취미가 다행스럽게 생각이 되었다. 적어도 맛있는 음식 정도로 풀릴 수 있는 정도의 스트레스 트서 다행인 것도 있겠다. 


하지만 때때로 비싸지만 실망스러운 음식을 만날 때가 있다. 


한번 맛본 맛있는 음식을 계속 먹으면 이러한 실패는 하지 않겠지만, 변덕이 심한 나는 다양한 메뉴와 다양한 음식점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실패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 고심하기도 한다. 도전은 하고 싶고, 실패는 하기 싫기에 나름 절대로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점에 도전을 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꼭 필요한 요소가 있는데, 


첫째, 내가 좋아하는 음식재료나 메뉴여야 한다. 

나는 음식을 거의 가리지는 않지만 먹지 않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 재료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들어있는 것은 일단 피하고 본다. 


둘째, 내가 좋아하는 요리법이어야 한다.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삭힌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 


셋째, 식사시간에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단골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거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편이다. 


뭔가 까다롭지는 않지만, 나름의 룰이 있다. 절대 실패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몸부림이랄까.. 암튼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먹는 점심이므로 나름 만족할 수 있고, 새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나만의 지론이다. 그래서 음식뿐 아니라 음식점 사장님의 인상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은 가게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었기에 절대적으로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실패를 했다. 


음식 자체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음식이 다 식어서 실망스러운 점심을 먹었던 것이다. 


스테키 돈으로 나름의 가격 (12,500원으로 점심값 치고는 비싼 가격...)으로 기대를 하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마늘과 버섯은 식어서 딱딱했고, 스테이크(메뉴 사진에서는 레어나 미디엄 웰던으로 보였으나)는 너무 익혀서 질긴 상태의 보기에만 좋았던 음식.. 아.. 진정 이럴 수밖에 없었나.. 하며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맛도 즐길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도 그렇다. 보기에는 좋은 호감이 가는 그런 사람이지만, 실제로 사귀어보면 상대를 힘들게 하는 그런 사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어릴 때는 매력적인 사람이지 못하다고 스스로 자책하며 소외감에 힘들어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스스로 열심히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 더 이상 장래 희망에 대해 장황하게 설계할 수는 없어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생각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런 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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