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도준> 5편

그녀의 집 앞은 어수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지나갔다. 도준은 그녀의 집 앞으로 다가갔다. 궁금해하는 눈초리가 온몸을 훑어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도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걸까. 도준은 그녀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기에 꼭 확인해야만 했다. 어렵게 만난 그녀였다.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도준의 온 마음을 담은 초인종 소리를 들은 걸까. 무거워 보이는 대문이 소름 끼지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언젠가 연서의 지갑에서 본 여자였다. 연서의 단 하나뿐인 어머니. 언젠가는 꼭 연서에게 소개를 받고 싶었던 사람이다. 연서의 모습과 비슷한 체형과 비슷한 얼굴형.. 그녀가 나이가 들면 이런 모습이리라. 그녀가 이렇게 변하는 모습을 나중 나중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저는 연서의 남자친구 김도준이라고 합니다. 저기 뉴스에 이상한 것이 떠서.. 아니, 연서랑 연락이 안 돼서.. 지금 연서 어디 있어요? 연서 어머니 맞으시죠?"


도준은 처음 만난 연서의 엄마께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이렇게 그녀가 없는 곳에서 이렇게 그녀의 엄마와 만나려고 한 게 아니다. 적어도 좀 더 멋진 모습으로 그녀와의 만남을 허락받고 싶었다.


도준의 두서없는 인사와 확인은 연서의 엄마인 서희를 한번 더 울린 것인지, 입을 막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도준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근처의 카페라도 가서 이야기를 들어도 될지 물어보았다.


"미안해요. 아직 제가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했고, 집에 둘째가 있어서요. 장례식장소는 따로 연락드릴게요. 연서에게 도준 씨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같은 학교 선배라고.. 나중에, 나중에 따로 만나요.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


서희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도준은 그저 남자친구일 뿐이지만 서희는 연서의 친엄마다. 도준이 아무리 힘들고 슬프다고 해도 서희를 따라갈 수 있을까. 서희는 남편을 잃고 연서만을 바라보며 지내다 재혼한 지 이제야 5년째로 새로운 가정에 갓 적응했을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귀하디 귀한 그 딸을 잃다니. 그것도 새로 맞이한 남편에 의해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도준은 자신의 연락처를 서희에게 건네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어찌 된 일인지 노트북을 열어 다시 한번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어제 그녀와 데이트를 했다. 아직 대학교는 졸업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수습간호사로 취업이 결정이 되어 병원과 학교를 바쁘게 오갔다. 도준 역시 4학년 때 그렇게 바쁘게 지냈기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그녀에게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그 역시 회사에서는 아직 신입이기에 야근이 잦았다. 그녀가 끝나길 기다려 집에 까지 데려다주고 난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뉴스에 의하면 그녀를 데려다준 다음날인 오늘 아침, 학교를 가려 준비 중이었던 그녀가 이번에 벌써 두번째 재수 중인 남동생이 이번에도 낙방이 된 사실을 알고 비아냥 거리며 몇 마디 했다고 한다. 그것이 다소 심했던 것인지, 처음에는 그저 짜증으로 맞받아치다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그러한 광경을 아침에 잠깐 일하는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온 아버지가 목격해, 그녀의 심한 언행에 화가나 목을 조른것이라고 한다. 건축일을 하는 남자기에 힘도 강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후 아버지는 정신이 들어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며 경찰에 자수를 했다는 전말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 생긴 남동생을 매우 아꼈다. 벌써 두 번이나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해 재수를 하고 있는 동생이 안쓰럽다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번에는 붙을 거라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동생은 그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싶어 했다. 도준이 다녔던 그 대학교다. 결코 쉬운 학교는 아니었기에 성적에 맞게 다른 학교를 지원하거나 같은 학교의 다른 과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그녀의 권유에도 그는 굳이 같은 학교의 간호학과를 선택했고 매번 떨어졌다. 그리고 그가 떨어질 때마다 그녀 역시 함께 억울해했고, 결과가 나오는 날에는 함께 술을 마셔 주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동생을 비아냥 거렸다니.. 도준은 계속 같은 사건을 다루는 다른 기사들을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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