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 7편
그녀가 죽은 정황은 그리 의심스럽지 않았다.
그녀의 양부의 자백을 받은 상태이기에 수사는 그의 말에 따라 확인했고, 확인되었으며 그대로 종결이 되었다고 뉴스에서는 알려줬다. 양부는 우발적인 범행이고 살인이기에 7년형이 내려졌다.
'띠링'
[연서 엄마예요. 연서 수첩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문자 드려요. 도준이 총각 맞으시죠? 장례식이 정해져서 연락드렸습니다.]
요즘은 톡으로도 부고장을 보내 장례식장과 일시를 받을 수 있다. 장례식 전에 연서의 어머님을 만나 뵙고 싶었지만 그녀의 문자에서는 왠지 장례식 이전에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애지중지 키우던 딸이었기에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그녀의 동생 역시 아버지와 떨어져 손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나에게 장례식장을 알려주겠다던 약속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
연서와 사귀었지만 사회초년생이고, 연서 역시 아직 졸업을 앞두고 있었기에 당연하게도 부모님께까지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도준은 연서와 절대로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확실한 약속을 하기에는 자신이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더 오래 함께할 것을.. 적어도 그날 집에 보내지 말아야 했다.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요즘에는 결혼 전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경우도 많은데 왜 자신은 그리 고지식했는지 후회도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소용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도준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이었고,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냈음에도 회사에는 출근을 해야 했다. 여느 날처럼 동료들과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친구들과 동료들은 도준을 위로하면서도 결혼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어서 다행일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사람과 재혼한 그녀의 가족과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털어버릴까..
분명 그녀는 새로 생긴 가족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고 했다.
사별의 아픔을 딛고 엄마를 돌봐줄 아버지와 엄마와 둘일 때보다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동생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녀가 그렇게 느낀 것도 몇 년 안 되었지만 엄마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렇게 가족이 형태를 갖추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그렇게 도준과 이야기할 때는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던 그녀다.
도준은 그녀와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장례식에 참석하면 그녀의 엄마를 만나 말을 전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의 시간들이 어머님에겐 큰 위로가 되어 주리라. 그리고 도준 역시 그녀의 어머님이 회상하며 들려주는 그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그녀를 추억하는데 위로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도준은 그녀와 데이트를 하며 함께 찍은 사진들과 기념품들. 그 외에 그녀가 써준 편지와 쪽지들을 담은 작은 상자를 꺼내 하나하나 정리 했다. 남자 치고는 꼼꼼한 그의 성격이 평소에는 남자 답지 못하다며 친구들에게 야유를 들었던 그 성격이 지금은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그런 자신이기에 이런 일도 잘 이겨내고, 또 그녀의 엄마를 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