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Feb 28. 2023

왠지 일기가 쓰고 싶은 그런 날

2023.02.28

 그런 날이 있다. 일기를 쓰고 싶은 그런 날..

오늘은 유난히 생리통으로 두통과 복통이 심했다. 그럼에도 일은 해야 했고, 거래처들과 하는 통화의 목소리를 친절해야 했다. 그나마 재택으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만 했다.


 몸이 아프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큰일이다. 이런 느낌은 언제나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데 빨리 약을 먹어서라도 텐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나마 중학교 졸업으로 집에만 있던 딸이 친구와 고등학교 학생증의 사진을 찍으러 나간다고 한다. 딸이 3년간의 학생증에 예쁘게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어제부터 화장을 연습한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생기 있는 모습과 흥얼거리는 콧노래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최근에는 아침의 공기가 너무나도 쌀쌀해 300일을 넘게 지속했던 미라클 모닝 아침산책을 중단했다. 3월 이 되면 조금은 따뜻해지려나.. 이번 생리주간이 끝나고 나면 다시 새벽산책을 이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새벽산책을 했을 때에는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하며 침울해지는 마음을 다독였다.


 늦은 오후, 한통의 카톡이 들어왔다.

사실 작년 말쯤 새로운 도전인 번역 일이 들어왔다. 일본에 유학하던 시절, 나의 20대의 꿈은 번역이었다. 일본에서 공부하며 일본어를 번역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현재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출판사 대표님이 일본 그림책과 실용서의 검토서를 만들어 보라고 한 것을 계기로 그 후 그 책 번역을 맡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출판계는 그 성격상 오퍼가 떨어져도 원본을 보내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2022년 12월에 결국 번역을 중단하라는 말을 들어서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본업에 전념했었다. 그리고 오늘. 그 한통의 카톡은 다시 번역을 시작할 것, 그리고 5월 중에는 내가 번역한 그림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쁜 소식이었다.


 드디어 작은 책의 옮긴이에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지는 것이다. 사실 그림책 번역은 쉽다면 쉬운 작업이다. 그 후로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수정들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글이 쓰이는 책은 아니고 그림이 말을 다 하는 책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처음 하는 작업이었고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일본어 실력이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그런 그 책이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실용서도 번역을 해야 했다. 그것은 1년 정도의 시간을 주신 것으로 보아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정말 멋진 도전이 될 것이다. 아주 만족스러운 번역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포문이 되어 주리라 생각이 든다.


 오래도록 꿈꾸어 왔던 <번역가>의 꿈을 타이틀이나마 달 수 있게 되다니 즐거워졌다.


 작년에는 생각보다 많은 도전을 했다. 올해에는 작년에 이뤘던 작은 성공들을 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렇게 브런치에 합격하여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글을 더 많이 쓰고 올릴 것, 번역의 포문을 열었으니, 더 만족스러운 번역을 위해 노력하고 공부할 것 등등이다.


 좀 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 시간이 좀 더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감정에 의해 약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알고 있는 나의 단점은 시작은 항상 즐겁게 한다. 즐거운 만큼 결과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 익숙해져 버리면 끈기 있게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 올해는 그 부분을 고쳐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1. 브런치에 쓰고 있는 추리소설을 끝까지 쓴다.

 2. 번역을 차근차근 계획적으로 하고 절대로 남에게 돌리지 않는다. (그림책, 실용서)

3. 브런치에 쓰고 있는 에세이를 잊지 않는다.

4. 인스타 업로드는 주 2회 꼭!

5. 블로그 서평은 2주 1회 꼭!

6. 매일 책 읽는 시간 1시간 꼭!



이 정도는 일하면서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지켜나가야지... 하며 내게는 다소 높은 계획도 세워본다. 늘 해본 일이지만 계획은 10을 세우면 5가지 이상은 하게 된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하고자 하는 것의 1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너무나 늦게 깨달은 진실이지만 매일 무너지면서도 다시 계획을 세우는 이유이다.


양심적으로다가 생리주간은 빼고...^^

매거진의 이전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내가 기억하는 장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