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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r 19. 2023

가는 말이 좋아도 오는 말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마음 밭을 예쁘게 가꾸어야 한다.

 분명히 예쁜 꽃이 피어나는 씨를 심어도 끝내 싹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버리는 것은 씨를 심은 땅이 좋지 않거나, 씨를 심은 위치가 볕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씨를 심는다고 한들 시간이 가도 그곳에서는 아름다운 꽃밭을 볼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예쁜 말을 해 주어도 상대방과의 관계가 아름다워지지 않는 이유는 상대의 마음밭이 좋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밭...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단어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상사에의 불만을 토로할 때 동료의 마음밭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상사는 어떨 것 같은지를 먼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보기에도 지극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상사는 그 마음밭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아무리 예쁜 씨앗 같은 말을 건네준다 한들 그 말은 뿌리내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미운 말을 하여 더욱 상황을 좋지 않게 할 필요는 없지만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상사라고 해도 일이 겹쳐지거나 하지 않고, 대부분의 일은 보고서를 통해 보고하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반대로 나의 마음밭은 꾸준히 둘러보고 가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다소 거칠고 마른 씨앗도, 나의 비옥한 마음밭에 닿았을 때 그저 말라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씨를 틔울 양분이라도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의 마음밭 마저 양분이 없는 거친 땅이라면 상대의 곡괭이 같은 말에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내 마음이 비옥하고 여유가 있는 땅이라면 지나가는 이의 미소를 머금은 입꼬리에도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


 나의 마음밭을 가꾸는 방법은 주로 글쓰기, 책 읽기이다.

글쓰기는 일기가 되기도 하고, 시가 되기도 하고, 이렇게 작은 에세이가 되기도 한다. 나중에 읽어보고 좀 더 부드럽게 고쳐보기도 하고, 다른 생각의 가지를 만들어 본다.

책 읽기는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마음이 거칠어졌다는 생각이 들면 오가와 이토나, 모리사와 아키오와 같은 힐링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다. 조금 게을러졌다는 생각이 들 때는 자기 계발서와 같은 것을 읽기도 하지만, 마음이 헛헛하거나 심심할 때는 추리소설을 읽는다.


 그러한 글쓰기나 책 읽기는 지금 나의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까지 외로운 것도 아니다, 그렇게까지 힘든 것도 아니다. 충분히 지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까지 비참한 인생도 아니다....


 글로 쓰기 전까지는 그저 힘들게만 느껴졌던 나의 모든 상황들이 글을 쓰고 나면 조금은 여유 있게 느껴진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려오는 예쁜 말에 반응하게 되고, 나 역시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다운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서 들려오는 나쁜 말은 상대의 현재 마음밭이 거칠고 여유가 없을 수 있으니 조금 기다려 보자며 나를 다독이게 된다.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지금 내 나이대는 같은 연배의 사람들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사람, 나이가 적은 사람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어른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학생이어서 그저 세대차이라며 이해를 했던 것이 이제는 상식차이가 되어버렸고, 그러한 상식차이는 생각보다 너무나 편차가 다양했다.


 나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을 그들은 안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그저 친구일 뿐이라면 끊어내면 그만이겠지만, 회사에서 만났거나 끊어낼 수 없는 사이라면 너무나 힘든 일이다.


 다양한 생각들과 성격들이 공존하는 사회다 보니, 서로 성향이 맞지 않다면 그들을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나를 인정해 주냐 하면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마음이 힘들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마음밭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비록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좀 더 마음밭에 여유가 생겨 나를 돌아보게 될 때까지 상처를 덜 입을 수 있도록 오늘도 나의 마음밭을 가꾸며 주말을 마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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