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r 25. 2023

같은 주제, 다른 내용 - 텔레비전 편성표 확인  

마스다 미리의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

 늘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면 나의 지난날과 내 안에 있는 소박한 나를 끄집어 내고는 한다. 이렇게 다소 화려하지 않은 본연의 나와 마주하게 되는 작가가 몇 명 있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는 꽤나 천천히 음미하듯 읽게 된다.


 마스다 미리의 매력은 단지 읽기만을 권하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각 꼭지마다의 "나"의 이야기도 떠올라 손이 근질근질(간질간질 아니고, 근질근질) 해 진다는 것이다. 공감이 되는 소재일 수도 있고, 그 작가와 내가 성향이 맞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친구가 될지도..

 

 이번에도 좋아하는 추리소설리스트에서 빠진 것이 있어 구입을 하면서 미리 장바구니에 넣어둔 마스다 미리의 책도 함께 구입했다. 생활비에서 조금의 여유가 있으면 책을 구입한다. 출판사들에서 지원받은 책들도 있어서 책을 읽는 양은 꽤 많은 편임에도 꼭 읽고 싶은 책은 등장한다. 내가 산 마스다 미리의 책은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와 <세계 방방 곡곡 여행일기>이다. 그림이 귀엽고 사쿠라 모모코의 모모코짱이 떠올라서 소장가치가 있다. 이 책들은 다소 마음이 힘들어지는 추리소설을 읽으며 중간중간 초콜릿을 입에 넣는 기분으로 손에 들곤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녀의 소재는 나에게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였다. 사소한 것들을 "확인"한다는 그녀가 확인하는 것은 나도 확인하고 있는 것들과도 비슷해서 읽으면서 "나도 그래요 마스다 씨, 저도 백화점에 가면 음식 코너를 보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라고 외치고 있었다.


 지금 멈춰서 있는 부분은 <텔레비전 편성표 확인>이라는 부분인데, 한국에서 아직 신문을 각 가정에서 보던 그 시절에도 이 텔레비전 편성표는 존재했지만, 나는 일본에서 신문을 보면서 일본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길지도 않은 TV시청 시간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들여다 보고는 했다.


 그 편성표를 보면서 TV를 볼 수 없는 시간에 아라시나 카툰(일본 자니스계 아이돌로,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했음)이 나오는 것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TV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뿌듯했다고나 할까.. 이상한 덕질이다. ^^


 마스다 씨의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좋아하셨지만, 우리 집의 텔레비전리모컨은 엄마차지였다.

 우리 엄마는 당시에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는 직장맘이었지만 뭔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개그프로그램은 일절 보여주지 않았고, 오직 뉴스만.. 세상을 알아야 한다나..

 그래서 엄마가 퇴근하기 직전까지 나와 동생은 텔레비전을 틀고 텔레비전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볼만한 만화영화나 예능, 개그등을 찾았다. 당시에는 투니 OO 같은 하루 종일 만화만 틀어주는 채널이 없었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이 모이면 드라마나 만화영화 이야기, 개그이야기들이 꽃을 피웠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모르면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그게 뭐라고 아이들과의 화제가 맞지 않으면 그 소외감이 너무나 가슴 시리게 다가오기도 했고, 친구의 관심이 너무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는 텔레비전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텔레비전에 빼앗기는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바꾼 지 오래되었고, 언제든 볼 수 있는 유튜브가 있기에 유행하는 드라마는 유튜브의 짤이나, 16화나 되는 드라마를 30분 만에 다 훑어볼 수 있는 영상들이 있어서 그걸로 욕구를 채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야기 주제도 조금 달라졌는데,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어릴 적에는 어떤 주인공이 무슨 말을 했더라, 멋있었더라 하는 겉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그 드라마의 한 부분을 가지고 무엇을 느꼈는 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1시간의 드라마를 눈도 떼지 않고 보아야 했다면 지금은 지나가다 살짝 듣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거다.


 나이를 먹으며 다양하게 경험이 쌓여 이미 내용의 일부만으로 내용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깊은 내면의 부분을 생각하며 나의 생활에 이입을 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나곤 한다.

 

 그 바보박스라고 불리는 텔레비전이 뭐라고 거기에 나의 정신과 시간을 쏟아부었던 걸까. 그리고 엄마는 세상에 대해 무엇을 그리 알아야 한다고 뉴스만을 틀어준 것일까. 어쩌면 그 텔레비전이 우리를 가스라이팅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 텔레비전 편성표와 텔레비전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이것인 거 같다.


 <<제한된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자기만의 방법이 필요하다>>는것.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쉬면서 보내든, 책을 읽으며 보내든, 일을 하며 보내든 그것은 다 자기 마음이다. 하지만 그중 한 시간,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과 사고, 그리고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텔레비전 편성표처럼 우리 시간의 편성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도 그동안 많이 게을렀으니, 나의 시간 편성표를 되돌아보고 보고 싶은 방송이 가득한 편성표로 다시 구성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아침부터 책과 함께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는 말이 좋아도 오는 말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