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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un 12. 2023

누구도 자랑할 것이 없다.

자존감은 자랑할 것들에서 오지 않는다. 

 살아가다보면 인간의 본능이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릴 적에는 다른 이보다 빠르게 걷거나 빠르게 뛰는 것, 그리고 다른 이보다 좋은 성적.. 그리고 재능 

좀더 성장해서는 좋은 실적, 그리고 어른이 되어 부모가 되면 자식자랑... 


 사실 그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당연한 것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들 중에는 자신의 노력의 결과인 것들도 있다. 


되돌아보니,

 나는 그동안 많은 것들을 자랑해 왔다. 

외모일 때도 있었고, 내가 가진 외국어 능력이기도 했고, 자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어느것도 내 스스로 해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외모는 부모로 부터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예쁘게 생겼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못생긴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외모도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재산이고, 부모가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니었겠지. 


노력을 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화장하는 법을 배워 그결과가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바탕이 없거나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성적. 

성적은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올라간다. 물론,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누구는 높은 성적을 받지만, 누구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시간동안 공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자녀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물직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이 않계셨다면 스스로 일을 하며 자기부양을 하고 그 후에 공부를 해야하기에 공부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성적 역시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또한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감사해야할 것이다. 


 

 나는 어릴적, 약 6년을 일본에서 생활을 했다. 유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하며 생활을 했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일본어를 조금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유학의 기간동안 나는 맏딸로서 부모님께 시간을 내어드리지도, 동생을 위해 말동무가 되어주지도 못했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살 수 있었다. 그것은 결국 그들이 내가 가족이어서 그들에게 해 주어야 할 것들을 희생해 가며 내가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내가 아무리 일본어를 자유롭게 한다 해도, 그 당시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한다고 해도 그것 또한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므로 자랑해야 할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자녀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역시, 나 혼자서 키운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나의 엄마와 아빠, 동생 그리고 내 아이를 스쳐 지나갔던 많은 선생님과 친구들... 그들에게서 실질적인 도움 뿐 아니라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사례, 그리고 나쁜 사례를 보면서 하면 안될 행동을 배우게 된 것들 까지.. 그러니 자녀가 잘 자랐다는 것도 자랑해야 할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을 꼽는다. 

나도 이 방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 너무나 치중한 나머지 그것들이 잘 하게 된 근본적인 도움들을 잊지 말아야 겠다. 진정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내가 잘 하게 된 것들을 도와줄 누군가가 주변에 있고,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도움을 받고 그것에 감사하고, 나 또한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내가 받은 것들을 돌려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받은 것을 스스로 다 해낸 것처럼 생각하고 다른 이에게 절대로 나누어 주지 않으려 하는 마음은 결국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고, 자신이 발전할 수 없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다. 

 당장은 나만 성장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나누어 주지 않으려 하게 되면 결국 나 역시 배울 곳이 없어지고, 나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는 사람도 없어지고, 결국 아무도 내 곁에 머물지 않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가족 마저도... 


 

 얼마전에 종영된 <닥터 차정숙>이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편에서 남편인 차인호는 최연소의 나이로 병원에서 높은 자리에 앉게되는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자녀도, 아내도, 엄마도 없었다. 가장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다. 그는 드라마의 첫 부분에서 아내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가 자신을 희생해서 그를 위해 해 준것들에 대한 감사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아내가 그 어느것도 해주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알게 되었을까? 자신이 이룬것 그 어느 하나도 가족의 희생 없이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이 명예로운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거나,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었을 때 자신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는지 가만히 앉아서 하나 둘씩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랑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존감이 낮지 않다. 

나를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덕에 가능했던 일들에 노력하고 있으며 나도 누군가를 도울 마음이 있다. 그런 마음을 하나하나 소중히 하며 오늘도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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