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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Feb 15. 2024

말썽쟁이 고양이를 혼낼 수 없는 이유

화를 내기보다는 조용히 넘어가는 게 심신 건강에 좋다.  

 요즘 밥을 많이 먹는 우리 아이들... 사료 양을 줄이고 있다. 아침마다 치워주는 아이들의 두 개의 화장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맛동산들이(고양이 응가) 있어서 이제는 아이들의 사료양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침마다 저녁마다 우다다를 신나게 하기에 식사도 자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러다 정말 돼냥이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결심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새벽에 나를 깨우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기상시간인 5시 30분보다 딱 한 시간 정도 일찍 4시쯤 깨웠다. 요즘 왜 이러니.. 느그들... 


 이렇게 일찍 깨워서 일어나게 되면 다시 눕더라도 기상시간보다 훨씬 넘은 시간에 몸을 일으키게 된다. 다 이 아이들 때문이라며 자기 정당화를 시키지만 그럼에도 출근시간이 있는지라 언제까지고 고양이들 탓만은 할 수 없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아이들이 깨우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영악한 고양이들은 한 번 깨웠을 때 집사들이 일어나면 계속 그 시간에 깨운다고 한다. 그러니, 일어나지 않으면 집사의 루틴에 맞게 생활을 한다는 것!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문도 잘 닫고 잤으니 아이들은 방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여러 번 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나의 기상시간에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거실로 갔다. 그랬더니....


  



 아뿔싸... 화장실 문이 덜 닫혀 있었던 걸까. 화장실에 걸려있던 휴지가 거실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것도 갈기갈기 찢겨져서... 어제 휴지를 다 쓰고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잤는데 이게 무슨 일이냔 말인가... 이제는 문고리도 제법 잘 여는 우리 흑미의 작품이다. 


 온이만 키울 때는 절대 없었던 일들이 매일매일 새롭게 벌어지고 있다. 냉장고 위를 오르지 않나, 싱크대 위를 놀이터처럼 오르지 않나... 결국은 화장실 휴지까지.. 


 "야!!! 최흑미!!!! 이건 좀... 아니지..."


여기까지 말하고 흑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엄마, 니가 안 일어났잖아!' 하는 얼굴.. '이건 정당방위라고! 엄마가 쫌만 더 일찍 일어났다면 이런 일 없었다..' 


"아니, 온이야. 엄마를 불러야지! 흑미가 이러고 있는 것을 보기만 했어?" 하고 온이를 쳐다보니, '나는 분명히 불렀다!' 하는 얼굴...


아하... 내 잘못이구나.. 그래그래..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그냥 납득을 했다. 내가 화장실 문단속을 더 잘했어야 한다. 아이들이 부를 때 한 번이라도 얼굴을 내밀어야 했다. 등등 


 어쨋던 자신들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감촉이 좋은 두루마리 휴지를 찢어 발겼으니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나도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흑미를 안아 올려 콧잔등에 입을 맞춰 주었다. 


사랑하는 흑미야. 이건 하면 안 되는 거란다. 다음에는 엄마가 화장실 문을 더 잘 닫을게. 그도 안 되면 자기 전에 휴지를 선반에 올려둘게.. 






 살다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나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더욱 그렇다. 그 사람의 일 처리하는 방식, 말투, 심지어는 냄새까지 너무나 싫어지고 짜증이 밀려온다. 그렇게 온 신경을 그쪽으로 쓰고 짜증을 담고 있다 보면 온몸이 아파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리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 사람이 흑미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인생자 채가 매우 고달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당신의 행동과 말투, 그리고 당신의 존재가 너무 싫습니다." 


 상대도 사람이기에 나의 이런 말에 상처를 받을 것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오래도록 괴로울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뾰족한 말로 꺼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뾰족한 말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만큼 내 안에서 나를 찌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감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흑미가 하는 행동은 너무 미웠다. 휴지만의 문제가 아니고 때때로 화분을 엎는 일도 있고, 온이를 괴롭히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흑미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장난을 치고 말썽을 부리는 것은 흑미가 나를 힘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흑미의 본능인 것이고, 흑미를 만류하기 위해 내가 억지로 끌어내리다가 벌어지는 일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절대 흑미는 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리 상대에게 내가 싫은 부분을 말한다고 해도 상대는 바뀌지 않는다. 잠시 잠깐 바뀐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기 십상이다. 그러니 결국 내가 바뀌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이렇게 힘든 감정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만나지 않아도 되는 상대라면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인연을 이어가야 하는 상대라면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상대가 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상대와의 시간을 조금씩 줄여가며 나의 정신을 분산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함께 있는 시간에 게임을 한다거나 책을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미워하고 신경을 쓰게 되면 혈압도 상승하고 몸이 아파온다. 미움이라는 마음은 사람의 몸을 좀 먹는 감정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흑미를 대할 때에는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아이의 장난이, 말썽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러다 보니 아침부터 저런 상황을 보았지만 "아이구~ 이놈아!!^^"하면서 웃어버리니 흑미도 그런 나를 이해하는지 좋아하면서 안겨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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