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양파와도 같습니다.
어려서 엄마의 심부름으로 양파의 껍질을 깔 때면 늘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니, 이 양파는 껍질이 어디까지 인 거야, 도대체!"
양파껍질을 급하게 까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함께 벗겨집니다. 분명 갈색 부분만 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손에 든 양파는 중간 부분은 하얗고, 위쪽 끝부분은 갈색입니다.
양파 껍질 까기는 늘 이렇게 저에게 의문을 주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되어 갈색 부분만 칼로 잘라내게 되었지만
양파는 까도 까도 똑같은 모양으로 참.. 신기한 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파는 언제쯤 속을 다 보여줄는지요.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남자 주인공이
"당신은 양파 같은 매력이 있어요"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양파 같은 매력> 까도 까도 모르겠다는 뜻인가..?
때때로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는 양파처럼 까도 까도 모르는 사람일까..
"언니는 의외로 보수적인 사람인 것 같아."
동생에게 들은 말입니다.
저는 스스로가 굉장히 트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사람'이라니..
저 스스로도 본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겠죠.
그럴 때가 있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좋아했던 일이 오늘은 갑자기 싫어집니다.
어제까지 싫었던 일도 오늘 갑자기 좋아하게 되는 일도 있지요.
다른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 다고 해서 오늘도 안 맞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저의 오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맞지 않는 그 사람의 행동이 왜 그랬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의 행동과 말이 하루 이틀 그 사람을 알아갈 때마다 하나씩 둘씩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면 살 수록 그렇습니다.
한 길인 내 속도 알 수가 없죠. 괜스레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우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타인이라면 더욱더 모르죠. 어떻게 알겠어요. 그 사람 속을...
일단 삶이라는 것은 본인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단정 짓지 말자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생각합니다.
누구는 이런 사람, 누구는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매일매일 한 가지씩 알아가자고.. 마치 양파껍질을 한 겹씩 한 겹씩 조심히 떼어 내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