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구름이 그려낸 그림을 봅니다

아침 산책 시 구름이 그려낸 작품을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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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짧았던 폭우의 다음날은 좀 특별합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요.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태양과 햇살은 늘 검고 칙칙하지만은 않은 우기도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아침이면 떠오르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날에는 구름도 특별합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조각으로 뜯어 놓은 솜털은 새파란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있고, 그 뒤로 보이는 산도 웅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메말라 있던 냇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은 활기를 더합니다. 혹시라도 비 때문에 피해를 입은 분들이 이 활기찬 모습을 보고 힘을 내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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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을 조금 빨리 하고부터는 하루가 천천히 흘러갑니다. 늘 시간에 쫓겨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자책을 하면서 결국은 스스로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침을 일찍 여는 것은 나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쉬는 날이나, 전날 조금이라도 술을 먹은 다음날에는 당연히 늦게 일어나는 거지, 다들 늦게까지 잠을 자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잖아라며 나 자신의 행복을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흉내 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지친 것인지 그저 다른 이의 이른 아침이 부러웠던 것인지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춰두고 눈을 뜨고 이만 닦고 밖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집은 자는 곳이고 집중이 어려운 곳이었기에 새벽에 몽롱한 상태로 책을 읽는다거나 좋아도 안 하는 홈트를 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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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새벽하늘은 더없이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동네가 이렇게 예뻤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꽤 오래 살아온 동네이고 오래된 동네 이기 때문에 내심 우리 동네는 별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는 낮게 측정하는 버릇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하늘을 보니 예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미라클 모닝의 미션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내가 일어나지 않은 날의 하늘의 모습은 과연 어제와는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나는 어제와 다른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의지가 약한 나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미션을 주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사진을 찍고, 인증을 했습니다. 함께 온라인 활동을 독려하는 동료들에게 아침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응원을 해 주고, 더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면서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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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한자리 숫자였던 미션 완료의 날수가 두 자리가 되고, 세 자리가 되고, 여름에서 가을로 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정말이지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절대로 아침 6시 이전에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장담이 이제는 당연히 6시 이전 기상으로 바뀌었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파카를 입고 집을 나서는 나의 행동이 뿌듯하게 느껴졌으며, 절대로 채울 수 없을 거라 여겼던 매일 1만보의 걸음수도 당당히 채워나갔습니다.


누가 알았을까요. 제가 그렇게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요. 처음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아침산책을 쉬었습니다만 이제는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신기합니다. 다른 분들의 경험담에서 저절로 눈이 떠진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다 하고 있더라 이런 말들은 믿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침 5시면 일단 눈이 떠진다니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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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저는 스스로 이제는 <도전>이라는 단어보다 <안정>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며 하고 싶었던 것들도 포기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소소하게 작은 도전을 해 왔지만 그것은 그저 안정 밑으로 덮어둘 수 있는 것들이었죠.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정말 내가 걷고 싶은 길로 잘 걷고 있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가 나는 아직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나의 인생이 만족스럽지 않음에도 왜 스스로 멈추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는지에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전해도 된다. 아직 나의 인생은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주어진 시간도 늘어났지 않은가. (전에는 기상이 8시 이후였지만 이제 5시가 되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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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55일 차입니다. 하늘은 아직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아직 저는 5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폭우로 곳곳이 막혀 있기는 했지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고, 산책로를 함께하는 오디오북과 음악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떠오르는 글감도 있습니다.


아직은 나아갈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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