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이 있어도 없는 듯이 하면 없어질 수도 있다
흑미와 온이는 서로 사이좋게 숨바꼭질을 하다가도 아웅 다웅하며 뒤엉켜서 거실을 이쪽 저쪽 두닥투닥 옮겨 다닌다. 정말 심하게 다투는가 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손톱은 꺼내지 않은 채 서로가 서로를 죽일 듯이 바라보며 얼굴을 한 대씩 쥐어박으며 때로는 소리도 내지만 크게 다치거나 피가 나거나 하지 않는 걸 보면 너무나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투닥투닥 하고 난 다음에 우리 아이들의 얼굴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뭔가 억울한 듯 뭔가 덜 풀린 듯.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페이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곤 한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캣휠을 돌리거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마치 아무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초연한 얼굴을 보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저렇게 이겨내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살면서 억울한 일은 한 두 번쯤 아니 수백번쯤 있지만
그로 인해 화를 내고 가슴을 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생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래서 이 아이들처럼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초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보다 짧은 고양이들의 인생이기에 지금은 싸우지만 몇 분 후면 언제 싸웠냐는 듯 둘이 부둥켜안고 자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늘 사이가 안 좋았던 누군가와도 언젠가는 좋아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오늘 누군가로 인해서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그 힘든 하루 때문에 잠이 들어서도 힘들지 않도록.
다음 날에는 괜찮을 거라는 희망으로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도록 하자.
고양이들에게는 배울 것들이 참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초연에 있는 모습 조용한 모습을 보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나도 저렇게 초연하게 담담하게 덤덤하게 그렇게 지나칠 줄 알아야겠다고 다독이게 되네요. 크게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땐 화도 내어야 하겠지만 그 화가 길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릴 줄도 알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