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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서 배우는 사랑의 거리두기

진정한 관심은 서로 간의 배려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두 아이가 한 자리에 누워있다.

우리 집 아들들은 서로 물고 뜯고 싸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물고 빠는 애틋한 사랑의 표현을 하지도 않는다. 서로 구르밍을 해 주는 것도 일주일에도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기에 안심은 하고 있지만 때로는 다른 분들이 올리는 영상처럼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인 듯... 서로 우다다~!! 하고 뛰어노는 몇 번의 모습 외에는 함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내가 한 아이를 쓰다듬어 주면 다른 아이가 다가온다.


"나두 나두!"


머리를 디밀면서 서로를 질투하는 두 녀석들... 사랑이 고픈 녀석들인가 보다.




그렇지만 우리 집 두 녀석들은 철저히 서로를 배려해 주는 모습을 모이기도 하는데, 특히 스크래처를 긁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에는 결코 한 자리를 가지고 다투지 않는다. 그럴 때 보면 이 아이들도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배려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자신의 행동에 뿌듯하기라도 하다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나를 향해 한번 고개를 돌려주는 것이 마치 "칭찬해 줘!"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은 "온이는 귀여운데 흑미는 예쁘게 생겼네요~"


응? 아닌데.. 흑미는 <장난꾸러기>인데?


흑미는 정말 똑똑한 장난꾸러기이다. 틈만 나면 온이를 괴롭히고, 틈만 나면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틈만 나면 테이블 위의 펜들을 떨어뜨리고는 나를 쳐다본다.

"봐라! 나 장난쳤다! 그러니 나를 봐라!!"



거리 두기의 크기만큼 서로 사랑하는 두 아이들이다.





너무나 좋은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내가 당신을 만나 얼마나 좋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당신과 얼마나 빨리 친해지고 싶은지를 어필하기 위해 더 가까이 더 길게 만나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는 결코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나의 진심은 전달이 되지 않더라구요.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방법을 저는 잘못생각한 것이지요.


처음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많은 자료들로 고양이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고양이는 내 스타일이 아닌 그 아이의 스타일로 다가가야 하더라고요. 고양이들이 원하는 친해지는 방법을 숙지하지 않으면 아예 멀어질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고양이들에게도 다가가는 방법을 숙지하고 다가가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즈음 읽었던 에세이와 자기 개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사랑하면, 좋아하면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는 것이 좋은지 가만가만 생각하며 좀 더 진솔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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