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구멍을 꼭 만들어 두세요

너무 마음만 채워두면 터질지도 몰라요.

구멍 난 가슴에 눈물이 흘러넘쳐~




그 시절 가슴에 구멍이 난 것이 어찌나 슬프던 지요.

그 표현이 슬픈 것이었는지 그저 제 마음에 상처가 가득해서 결국 구멍이 나서 사랑했던 시절과 열정적이었던 시절들의 허무함을 이겨낼 길이 없어서 슬펐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가슴의 구멍은 그렇게 슬프기만 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흘려보내는 사이, 구멍이 났던 가슴이 메워져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사랑과 새로이 열정을 쏟을 곳을 찾았던 것이죠. 마치 보물 찾기를 한 것처럼 그야말로 우연히..


구멍이 났을 당시에는 절대로 메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절대로 메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인생의 가장 아픈 일을 겪은 것이라고 스스로의 사랑을 마치 영화 속 세기의 사랑이나 한 것인 양 포장을 하기 바빴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아름답지도 않았건만 뭐가 그렇게 애가 탔는지..


산책을 하면서 우연히 땅바닥에 난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분명히 작년에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어제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원래라면 평평한 길에 하수구가 뚫려있는데 그 역할이 특이합니다. 비가 오면 그 속으로 빗물이 쓸려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만 신기한가요?) 땅바닥 역시 마냥 평평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바닥은 비가 오면 하수구 쪽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만들어져 있더랍니다. 하지만 하수구가 없는 평평한 아스팔트 길도 있습니다. 그런 길을 비 오는 날 걸으면 빗물로 인해 생긴 웅덩이가 신발을 더럽히고 미끄럽게 합니다. 하수구는 그저 빗물을 흘러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홍수를 막아주거나 늦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길가에 난 <구멍>은 굉장히 큰 쓸모가 있는 것이지요.


하찮게 보고 쓸모없게 보였던 구멍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한다니 정말 놀랄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의 구멍은 어떠한가요? 상처가 깊어져 생긴 마음의 구멍은 어떻게 보면 필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의한 구멍이던, 믿었던 친구나, 일에 의한 구멍이나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구멍이 생기면서 하나씩 얻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이나, 친구나 가족들 사이에서도 꼭 지켜야 하는 매너,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 확보 같은 것도 우리의 마음에 생긴 구멍들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자기 방어인 것입니다. 구멍이 안 생겼더라면 그러한 방법을 알지 못했겠지요.


어떠한 만남도 끝은 있습니다. 서로가 불편해져서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불가피한 헤어짐도 있는 것이죠.

사람에 의한 상처도 있고, 일에 대한 상처도 우리는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마음에 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힘든 것, 아픈 것들을 가슴의 구멍 속에 밀어 넣고 그렇지 않은 마음만 남기는 거예요.


즐거운 마음, 열정적인 마음,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 이런 것들로 채워 가다 보면 지금 생긴 마음의 상처들은 그러한 마음에 밀리고 밀려서 결국은 구멍 속으로 떨어져 버릴 거예요.


가슴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히려 구멍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고, 구멍이 원래부터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마음으로 채워 나가면 되는 겁니다. 언제 까지냐고요?

바로 구멍으로 아픔과 슬픈 마음이 쓸려 내려갈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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