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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Jul 22. 2022

"천천히" 산을 바라봅니다

구름에 짓눌린 산을 보며 책임에 눌려있는 가장들을 응원해 봅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여름에는 특히 아침 해가 매우 부지런하여, 저는 따라가기 힘들지만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하늘이 있어 즐겁습니다. 



장마가 지는 여름의 하늘은 이렇게 구름이 내려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동네이기에 산에 걸쳐져 있는 구름이 오늘따라 무거워 보입니다. 


 늘 늠름하게도 동네를 지켜주고 있던 산들이 구름 목도리를 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산들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구름의 무게를 견뎌야만 되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게 견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구름을 견디어야 하는 산을 바라보며, 마치 그 모습이 가정을 책임을 지고 있는 가장의 모습이나,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각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를 책임지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삶의 무게로 느껴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저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일단 일, 가정, 꿈,  취미생활, 아이와의 유대관계, 친정이 있을 것 같네요. 

다른 분들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는 없죠. 돈의 필요 때문만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 자체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일을 완벽하게 해 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상사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그러한 완벽주의가 어쩌면 처음에는 그리 무겁지 않았는데 점점 자신을 짓눌르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있죠. 아마, 이것은 부부관계, 아이와의 관계, 친정이나 시댁과의 관계들도 엮여 있어서 더더욱 그 무게가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꿈도 그 무게가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책임이 없는 학생 시절에야, 꿈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할 수도 있었고, 젊었기에 건강했지만 성인이 되고 보면 어떤 꿈을 꾸었는지 조차 희미해지고, 그저 남는 시간에 조금씩 꿈을 향해 간다고 해도, 그것이 언제 이루어 질지 모르기에 한도 끝도 없이 해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꿈을 이제는 옆에 잠시 어쩌면 계속 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저 구름과도 같은 삶의 무게가 우리들의 어깨 위에도 항상 자리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들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고 제발 나의 어깨에서 벗어나 줬으면 하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 무게에 결국 먹혀 버리는 것은 아닐까 두렵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점점 그 무게가 가벼워지기도 하는 때가 옵니다. 인생의 무게를 함께 짊어져 줄 사람이 생기거나, 뜻하지 않게 일이 잘 풀릴 때, 친구나 가족과도 화해하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내 어깨에 뭐가 앉아있었나 할 정도로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게 될 날이 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었을 때는 저 위의 사진처럼 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것들이 저리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웃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잘 견디어 냈다. 그렇게 무겁지 않았지? 너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이 이젠 너의 손에 내려앉을 거야. 잘 참아 내주었다. 



 무거움에 짓눌려 있던 어깨를 활짝 펴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우리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도 바로,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생각했던 일이나 가족, 꿈입니다.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가벼워짐을 느끼고 마음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무거운 삶의 짐을 지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기쁜 삶의 짐을 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학생이었을 때는 몰랐던 어른의 무게.. 이제는 그 무게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양쪽의 날개를 펴고 저리도 아름답게 날아오르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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