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을 무리하게 멈춤으로 강제적인 편안함을 느끼다
평상시에도 카톡은 나의 업무를 도와주지만, 특히 토요일에는 카톡으로하는 업무가 매우 바쁜 날이다.
각 행사장에서 주말 이벤트를 지원하는 업무다 보니, 정산 업무나 현장에서의 미흡한 점을 카카오톡으로 받고 대응해 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평일보다 주말이 본방인 듯한 느낌으로 일해야 하는 나는 주말이면 너무나 바빠 지쳐 쓰러진다. 그리고 그런 주말 저녁에는 비로소 한 주가 제대로 끝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던 지난 주말.. 열심히 정산 업무를 하는데 어라..?? 카톡이 먹통이다. 내 휴대폰은 멀쩡한 것 같은데 열심히 길~게적은 정산톡이 송신되지 않는다. 왜그러지? 잠깐 기다려보자...
주말임에도 나가서 일을 해야하기에 아이에게 미안해서 전화를 하고, 다시 카카오톡을 열었다. 그런데 아직도 불통이다.
"엄마, 카카오 불났대! 그래서 지금 카카오 관련 어플이 다 안돼!"
아.. 이런 일도 있구나..
나는 원래라면 오늘해야했던 정산업무와 컴플레인 업무에서 손을 뗐다. 월요일에 하면 되지 모...카카오톡이 되지 않는데 상대 거래처에서도 이해해 줄 것이라면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화통화로 처리를 했고, 간단한 것만 있었기에 그대로 일처리를 다음주로 미뤘다.
카카오톡이 울리지 않았다.
카카오톡에서는 업무나 친구 뿐 아니라 갖은 모임의 오픈 채팅방도 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블로그와 인스타 공부 모임방과 손힘찬님과 함께하는 클래스유의 책쓰기오픈채팅방도 들어있다. 전에는 전자책 쓰기 방이나 뭐 이것저것 가입을 해 놨지만 지금은 방을 나왔다.
카카오톡이 울리지 않으니 오픈 채팅방의 톡들도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ㄷ다. 일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 단톡방의 동료들과 격려하면서 글을 써야하는데...
하지만 그렇게 카톡이 울리지 않는 시간이 길었던 적은 없었다. 카카오가 연결된 것은 카카오톡만이 아니었다. 브런치도 카카오 페이지도 다 카카오와 연결된 것이었다. 덕분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도 못했고, 시간도둑 웹툰도 보지 못했다.
조용해진 토요일 오후... 카카오와 관련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앉아 오늘 들렀던 브런치 가게에 대한 블로그를 하나 올리고는 터덜터덜 산책을 나섰다.
그 날따라 맑고 예쁜 하늘.. 조용한 사위.. 따뜻한 햇살... 그리고 울리지 않는 휴대폰...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산책이란 이런 것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전까지 행사다 뭐다 마음도 바쁘고 불안했던 그 모든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휴대폰이 없던 아주 오래전 내가 어렸을 적을 떠올려 본다. 그때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재미라고는 1도 없었을 것 같던 그 옛날을 떠올리면 오히려 지금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전날 보았던 드라마의 내용을 곱씹어보고, 다음날 학교에서 만날 아이들에게는 어떤 내용이 좋았다고 이야기할지 생각해 보고.. 요리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먹거나 그림을 그리고... 그러고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읽고 싶은 책이 잔뜩이지만 카톡이나 웹툰도 많아서 균형을 잘 잡지 않으면 책은 자꾸 밀려난다. 그리고 결국 시간을 함부로 써버린 것때문에 후회를 하면서 잠에 들기도 한다.
나만 느끼는 평온일까 궁금했다. 물론 카카오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네이버 뉴스를 열었다. 카카오의 화제사건과 함께 조용해진 카카오톡으로 인해 마음에 평화를 느낀 사람이 많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다들 그렇구나... 갑자기 빨라진 현대사회의 속도가 나도모르게 불편했다는 것을 다들 느끼고 있는 것이었구나.
자율이 중시되는 사회이긴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나라에서 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그런 시간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지 않을까.
마음의 여유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돈이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일을 멈추고 나와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할 여윳시간을 준다면 서로서로 배려하고 마음의 한켠을 내주려고 할텐데..
나의 이기적인, 그리고 비 현실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카카오 사건을 통해 다시한번 조용함이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사회가 해 주지 못하니까, 내가 스스로 해야지.. 마음의 균형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