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이 싫어!

공식적으로 쉬는 날을 학습지 선생님은 쉴 수가 없다.

최근에는 월 4회 수업으로 회사에서 정해 놨기 때문에 수업일을 전달이든 다음 달이든 채워주기만 하면 되지만 얼마 전에만 해도 같은 요일이 월 5회 있다면 월 5회분의 수업을 다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아주 드물게 이상한 요구를 하는 회원 엄마가 있었는데, 1년에도 몇 번씩 요일을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월 5회의 수업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공휴일이 많은 8월이나 9월 그리고 설날 거의 한 해의 하반기에서부터 상반기 초에 걸쳐 분포되어있는 휴일이 많은 달은 다른 직장인들도 매우 바쁘지만 학습지 교사의 경우 공휴일의 전 주는 큰 각오를 하고 아이들을 방문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 주의 휴일을 위해 2주분의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휴일이 들어있는 달의 경우 전주에 2주분 수업 진행으로 1주분은 교재만 드립니다>라고 명시가 되어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표시되어있지 않은 새 교재만을 아이에게 준다 한들, 숙제로 잘해놓는 아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한글이나 국어, 수학 그 어느 과목도 개념을 짚어주고 아이의 이해를 돕지 않아도 되는 주(週)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 2주분의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각 교재에서 중요한 부분을 빠르게 짚어주고 평소에 2,3문제를 예시로 풀었다면 1문제 정도 풀고 2주분 중에 아이가 어려워하는 쪽의 부분을 집중해서 도와준다.


그러다 보니 교재량도 평소보다 두배로 많아졌고 공식적인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회원 어머님들께 죄송스럽게 생각이 되었다. 거기에 다음 주에 휴일인 것을 인지 못하고 계시는 어머님들도 꽤 많았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휴일 전주라고 해서 학습지 교사의 시간만 48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당연하지만..) 그럼에도


"2주분 수업이니까 2배로 수업해 주시는 것 아닌가요?" 라며 물어오시는 어머님도 계셨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너무도 이해 간다. 그럴 수 있지. 왜냐하면, 엄마 입장에서 학습지 비용이 40,000원이라고 했을 때 한주 수업비용은 약 1만 원. 휴일이 껴버리면 아무리 2주분의 수업을 진행해 준다고 하여도 1만 원은 아깝게 생각이 되는 것이다. 집에서 숙제를 잘하는지 엄마가 봐줘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더더욱 골치 아픈 일이다.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공식적인 휴일임에도 교재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 아이의 학습을 책임지고 있으니 당연히 잘해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주분의 수업을 진행해 주는 것이기에 꽤나 많은 신경을 쓴 것이다. 때로는 휴일 전주와 휴일 후주로 나누어 과목을 조금씩 더 봐주고는 한다. 또 매주 요일 표시해 주던 교재도 두배나 되었으니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학습지 교사는 거의 촘촘하게 수업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한 집에서 단 2,3분만 늦어져도 마지막 수업을 하는 아이는 2,30분 정도 수업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유아와 초등시기의 아이들은 1주만이라도 안 보면 뭔가 불안하고 허전하게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아이들을 1주 안 본다고 불안하고 허전하냐고?


보통 수업을 할 때 남자아이들이고 여자 아이들이고 내가 물어보는 것은 1주일 만에 보는 것이므로 "1주일 동안 잘 지냈어? 선생님 많이 보고 싶었지??"이다. 내가 이 말을 꽤 높은 솔톤으로 그리고 얼굴에는 한껏 미소를 머금어서 물어보면 아이들의 대부분은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네!"하고 답해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와의 수업과 만남이 지루한 아이들이나 수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경우 공휴일 전주에 만나서 "다음 주는 OO를 만나지 못해~"라고 이야기를 하면 엄청 좋아한다.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와이 수업을 즐기는 아이들은 좋아하면서도 아쉬워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아이의 경우, 1주일을 못 보게 되면 그다음 주에 가면 더욱 서먹해지는 일이 많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아이가 회원모와 나와의 신뢰가 쌓이기 전일 경우 겨의 2달도 채 가지 않아 그만두는 일(휴회, 또는 퇴회라고 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휴일은 공식적으로 학습지 선생님도 쉬어야 하는 날이다.

공휴일이기는 하지만 가정이 없거나 내가 시간이 된다고 하여 회원과 상의하여 수업을 진행하면 안 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에 혹여라도 지역을 다른 선생님과 바꾸는 일이 생기거나 그만두게 되는 경우 다음에 오실 선생님께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선생님도 그럴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그런 선생님도 만났다.

그분은 공휴일이 있거나 회원의 가정 사정으로 수업을 빠지는 경우, 토요일을 이용해서 수업의 보충을 해 주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났다. 만약에 내가 이 선생님의 구역을 받게 되면 내가 아무리 수업을 잘해도 회원은 만족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아니, 누구 좋으라고 토요일에 수업을 하냐고요... 그렇게 되면 휴일인 토요일에 어딘가 나갈 계획을 하는 가정이라면 모처럼 잡아준 보강수업을 퇴짜 맞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나중에 여쭤보니 자신이 조금 불편해도 시간을 내주면 회원 어머님이랑 그런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니 그럼, 그 아이의 원래 시간은 어떻게 하냐고요... 에휴...


휴일이 하반기에 좀 많기는 해도, 1년에 몇 달씩 방학을 하는 학교에 비하면 어쩌다 한주 정도 수업을 못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다 잊어버리지는 않으니까 조금은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한 구역을 10년 가까이 수업을 하고 오래도록 함께 한 아이들의 경우, 1주일간 여행을 간다거나 공휴일이어서 자신도 수업이 어려울 때는 가볍게 1주일 분의 교재로 2주간 하겠다고 먼저 말씀을 주셔서 마음을 가볍게 해 주시기도 하신다. 그런 경우 선생님뿐 아니라 아이들도 신이 나서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곤 한다. 뭐 1주일 빠진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게 되거나 하지 않으니까. 여유롭게 여유롭게~~


돈을 아끼기 위해서 휴일이 많은 달은 한 달이지만 중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서로 신뢰를 쌓고 배려를 해 주시면 나 역시 아이들을 보는 눈도 좀 더 부드러워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 아이들에게 좀 더 질 좋은 수업을 생각하게 된다. 그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점점 방문학습지 선생님의 수를 줄여나갈 전망이라고 한다. 요새는 AI가 학습면으로든, 엄마들의 요구면으로든 다 잘해주니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향한 관심과 미소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된 선생님이 아이들의 생각과 지식을 더욱 넓혀 주고 존중심과 배려를 하는 아이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변화하는 세상이 때로는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자리가 위태위태한 방문 학습지 교사에게서 공휴일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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