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문에 아이의 습관이 망가져요

학습지 중단 시점에 생기는 일

꼭 한글을 떼기 위해 학습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지를 통해 한글을 읽어내는 아이를 보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이다. 적어도 내가 그 아이의 한글 읽기에 일조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 뿌듯함은 곳 불안한 두근거림으로 바뀐다.


"저희 아이, 한글도 읽고 하니까 조금만 쉬었다가 할게요 선생님,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자신의 아이가 한글을 아주 잘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만 5세에 한글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읽어내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가정이 꼭 있다. 내가 한글을 읽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은 만 6세 즉 7세 정도부터 시작을 한다. 좀 늦으면 7세 6월 이후에 아주 단기간 엄청 굵고 빠르게... 그러다 보니 아이가 만 5세 때 한글을 떼게 되면 엄청 빠르게 한글을 뗐다고 생각하는지 열심히 공부한 학습지를 중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한글 공부를 그만두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 한글은 표음문자다.

한국어는 소리를 글자로 바꾼 언어기에 한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서 한글을 뗐다고 할 수 없다. 아이가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냈다고 해서 문장의 의미를 파악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 만 5,6세에 배워야 하는 단어와 문장이 있고, 그 시기에 맞는 말하기 듣기 쓰기 학습이 필요하다.

사실 각 연령과 학습 연령에 맞춰 배워야 하는 단어와 문장이 다르다. 따라서 아이가 체계적인 학습단계에서 빠지게 되면 그만큼의 단어는 나중에 익혀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대부분 누수로 남게 된다


3. 아이는 공부는 힘든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매주 선생님과 만나서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온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매일, 혹은 매주 해야 하는 것, 매주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보따리를 가져오는 선생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그만둠으로 자신이 그동안 힘들게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힘든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4. 아이에게는 공부보다 노는 것이 즐겁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부보다 뛰어노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공부와 뛰어노는 것에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의 공부 그릇에 맞는 능력을 키워가면서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하지만 공부를 중단하고 놀기만 할 경우 아이는 자극이 강한 놀이로 뇌가 가득하게 되어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학습지 선생님이 이러한 말을 하면 처음에는 걱정해 준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교육비도 아깝고, 그 정도의 책 읽기나 수학놀이쯤이야 마트의 책 코너에서 적당한 걸 사다가 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좀 더 설득을 해 보려고 들면 학습지 선생님의 수수료 때문에 위의 말들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 역시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한글 공부 하나만 해도 요즘 가격으로 5만 원이 넘어가고 매주 선생님이 오시니 신경 써야 하고 아이는 공부하기 싫어하는데 억지로 숙제를 시켜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선생님은 오셔서 10분~30분 정도 앉아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나아진 것 같지는 않고..


약간 말에 어패가 생기는 것은 아이가 예전에 비해 한글이 향상된 것은 맞지만 그건 선생님 덕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숙제니 뭐니를 시켜줬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알기에 몇 번 중단하지 말자고 설득하다가 "어머님도 잘하실 거예요~ 매일 책 읽는 것 잊지 마시고요~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하고 나와버린다. 더 이상의 실랑이는 서로 힘들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마음으로는 '절대로 부르지 마세요. '라고 말한다.


처음 신입 때는 그렇게 중단한 사람들이 다시 오면 정말 내 노력을 알아준 것 같아서 반가웠고 고마웠다. 하지만 열심히 설득을 했어도 그만둔 그 사람들의 아이들의 너무나도 변해버린 자세와 학습 수준을 알게 되자, 그렇게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마냥 두 팔을 펼쳐 보일 수는 없었다.


한 번은 정말 힘들게 한글을 뗀 만 5세 아이의 엄마가 중단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 엄마는 평소 정말 조용한 성격이었고, 내가 아이의 오늘의 상황에 대해 상담해 주면 늘 온화하게 웃어주며 감사하다고 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뜬금없는 중단 선포는 결국 내 잎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한데요. 지금 그만두시면 아이가 한글을 잊어버릴 거예요. 지금 겨우 이렇게 잘 읽게 연습했는데 중단하시면 다음에 제게 연락하셔도 저는 수업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두렵고 죄송했지만 할 수 없었다. 한번 이렇게 한글을 잊어버린 아이는 전과 똑같은 시간을 들여도 전처럼 읽어내지 못하게 된다. 놀았던 시기의 2,3배 이상을 집에서 노력해야만 한글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된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읽게 시켜놓으면 다시 이별 선고를 내리기도 한다. 그저 나의 시간을 돈으로 살뿐인 엄마들. 그리고 신청하면 당당하게 "NO"를 외칠 수 없는 학습지 선생님이라는 입장...


이미 학습에 흥미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고, 나 역시 이 아이가 다시 잘 읽게 되면 그만둘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열심히는 가르치지만, 그 수업에 정성과 성의를 담을 수는 없었다.


물론 모든 아이를 같은 마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정성과 성의를 쏟는 것은 또 다르다.


같은 금액을 받고 수없을 하지만 헤어짐을 알고 만나는 아이에게 6학년까지 너와 함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로 그 아이는 한글을 잊어버렸고 결국 한글을 전보다 잘 못 읽은 채로 학교에 입학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 아이들도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쓸 수 없었기에 알림을 프린트해온 종이를 알림장에 당당히 붙여 오면서 "엄마! 선생님이 이렇게 해 주셨어요. 준비물이 뭔지 봐주세요" 스스로 읽어내지 못하는 한국어...


옆 친구는 무슨 잘못인가.. 공부하러 와서 책 못 읽는 그 아이에게 통역을 해 줘야 한다.


결국 이렇게 아이의 훌륭한 습관은 처음부터"좌절"을 맞본다. 그렇게 자존감은 자존심 앞에서 무너져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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