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커서 축구 선수가 될 거니?

엄마에게 발길질하던 아이와의 헤어짐 - 네게 맞는 쌤을 찾아봐.

세상에 많은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모두 예의 바르지는 않지만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은 유난히 인사성도 바르고, 상대하기가 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꼭 한 둘 정도는 어리광이 심하거나 예의라고는 변기 속의 물과 함께 떠내려 보낸 듯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공부라도 못하면 할 말이 많겠지만, 그런 아이들은 어김없이 똑똑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한글도 빨리 떼고 책도 잘 읽고 어려운 문제도 한 번만 설명해도 쓱쓱 풀어낸다. 억울하게...


그런 똑똑한 아이들은 나쁜 쪽으로 머리가 좋은데,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 힘들다고 할지, 어떻게 하면 엄마가 학습지를 끊어줄지도 귀신같이 안다. 평소에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다가도 학습지 선생님만 오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군다. 그러면 아이의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이 너무 편해서 그런가 봐요. 너무 잘해주셔서요."


1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선생님이 아이에게 무섭게 예의를 강요할 수는 없는 데다, 아이 입장으로 봐도 주 1회 보는 선생님에게서 칭찬을 받아야 좋은 기분으로 1주일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 나의 철칙인데 (그렇다고 해도 인사는 꼬박꼬박 받아내고 절대 반말은 안 되는 것이 규칙이지만..) 너무 편해서 그런가 보다면서 학부모가 보여주는 표정은 좀 위엄을 보여라라는 느낌이다. 그런 건 엄마가 훈육을 했어야지...


한 번은 이런 아이도 있었다.

학습지 수업은 아이와의 수업이 끝나면 학부모와 1:1 면담을 짧게는 1,2분~5분 정도 한다. 수업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했는지, 1주일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서 학부모께 말씀드린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상담을 진행하는데 수업을 했던 아이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상담은 보통 아이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을 했기에 (아이의 고쳐야 하는 부분이나 엄마의 고민은 아이에게 비밀로 한다) 아이에게는 나갈 것을 요구했다. 물론 회원 아이의 엄마도 나가라고 했지만 아이는 그날 수업을 바른 자세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좀처럼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이의 수업 태도에 대한 것은 나중에 문자나 톡으로 드리기로 하고 일반적인 상담만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아이는 동생도 있었는데, 두 아이가 다 꽤 똑똑해서 수업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큰 아이의 태도가 문제시되었다. 동생 앞에서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엄마에게 매달려 발길질을 시작했다. 이제 인사만 하면 이 집을 나갈 수 있는데, 제대로 된 인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가란 말을 안 했는데 어떻게 문을 열고 나가겠는가... 그렇게 한 5분 정도 실랑이를 벌이다 다음 수업이 늦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 회원 엄마의 곤란하다는 표정에 마음이 불안해 왔다. 에휴.. 그만둔다면 어쩔 수 없다며 마음을 다독이고 다음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회원 엄마가 부재중일 때 아이는 더 예의 바르고 수업에 집중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고 회원 엄마에게 문자를 받았다. 휴회(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통보받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학습지의 대상 연령은 꽤 길다. 따라서 아이가 1, 2학년에 그만두더라도 1,2년 있다가 다시 수업을 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크게 싸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따라서 학습 중단의 의사를 받았어도 차 후의 학습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비전 상담을 해 주거나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상담을 한다.

아이의 학습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네, 알겠습니다."라고 선생님이 말을 한다면 자신의 아이가 수업이 힘들거나, 예의가 없다는 뜻이고 하다. 남녀가 헤어질 때에도 이유를 묻지 않던가.


나는 이 예의도 없는 아이와의 헤어짐에 마음이 가벼워 짐을 느꼈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함께 공부를 해 왔고, 그 발길질을 다 받아가면서도 아이에게 호통을 치지 않았던 아이의 엄마의 힘듦이 느껴져서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고 싶었다. 회원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잘해주셨고, 잘 가르치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늘 성실하신 선생님과 오래 함께 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선생님이 너무 편한 것인지 예의 없이 굴어서 선생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요. 그래서 공부방법을 바꿔보려고요. 너무 죄송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안 그러거든요. 이번 달까지만 와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음.. 정말 이렇게 이야기하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끝내고 싶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간다고 하면 한 번은 잡아주길 원하는 거니까.. 그리고.. 아마도 이 엄마도 내가 뭔가 반박해 주길 원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머니, 그동안 제게 잘해주시고 저를 잘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늘 만나는 선생님으로서 말씀드리면 아이들은 다 저마다 다르더라고요. 예의 바른 아이가 있으면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정말이지 똑똑한 아이도 있지만 다소 느린 아이도 있죠. OO이 수업 때 제가 힘들어하는 부분이 보였다면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들마다 성격이 다르듯 맞는 선생님이 있고 맞지 않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성실하게 잘 가르치려 노력한다 해도 OO 이에게 맞지 않을 수 있지요. 제가 맞는 선생님이 아니어서 죄송스럽네요. 부디 OO 이에게 맞는 선생님과 만나길 바랍니다. "


뭐, 결국 한 번도 잡지 않고 중단하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어쨌던 나는 그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중학생 정도 되었을 것 같다. 그 아이는 이제 선생님께 발길질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려나.. 아니면 그렇게 힘차게 발차기를 잘하던 아이니, 축구 선수를 희망하고 있을까...


나중에야 거슬린 한마디.. 나에게만 발길질을 한다던 그 아이는 정말 나에게만 발길질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 후로 다니게 된 공부방이나 학원에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창피해서 못하고 다른 눈이 없는 집에서만 그렇게 예의 없이 군 것일까... 도대체 그 엄마는 나에게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정말이지 학습지는 다양한 유형의 엄마들과,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의 집에서 만나는 것이기에 그만큼 포장된 모습이 아닌 집안과 밖의 중간 정도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온전히 다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장된 모습도 아닌 어중간하게 이기적이기도 하고 어중간하게 체면을 차리기도 한다. 그런 면을 처음 보았을 때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냐며 화도 내고 짜증도 냈었지만 같은 일을 10년 정도 하면 그런 한 꺼풀 벗겨진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본래의 모습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는 여유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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