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는 악마의 학기다.

2학기에 몰려있는 행사와 어려운 2학기 공부는 매우 힘들다.

한해의 하반절에 속하는 2학기는 학습지 선생으로 있는 내내 너무나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 교과서의 중요하고 어려운 단원이 2학기에 몰려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단원을 공부하는 2학기에는 추석과 온갖 휴일이 껴 있다. 입학을 위한 준비가 있고, 6학년이라면 중학교 반배치고사를 위한 준비가 있다.


7세가 입학을 준비해야 하고 한글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했다. 따라서 8세 입학을 하는 3월까지 정말 열심히 아이들의 눈길과 신경이 따라올 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한다.


하지만 학교 다니는 학생의 2학기는 정말 너무 힘들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는 국어의 경우 글을 잘 읽어야 하고 문장의 종류가 (설명문, 주장하는 글, 일기글, 편지글 등) 갈리고, 수학의 경우 받아 올림과 내림, 받아 올림이 없는 두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반년 앞을 보아야 하는 학습지 교사로서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시기다.


2학년이 되면 1학기의 마지막이 구구단이고 2학년 2학기에는 원활하게 곱셈구구가 되어야 하므로 1학년 겨울 방학에는 구구단을 준비시키고 외우게 해야 한 학교에서 공부 좀 하는 아이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받아쓰기와 구구단 외우기가 자존감이고 자존심이다.) 적어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좀 더 당당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기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경우를 빼고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선물도 줘가면서 준비시켰다.


영어와 사회, 과학이 시작되는 예비 3학년도, 공부가 어려워지는 예비 4학년도, 수학이 제일 어려워진다는 5학년도, 예비 중학생이라 불리는 예비 6학년들도 저마다의 힘들고 고된 단원들이 모두 2학기에 들어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열심히 따라준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의 심정은 나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1년을 매일 같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들의 성격과 공부 그릇을 파악하게 되는 것도 있겠지만, 1년만 담당을 하기에 거의 10월 이후부터는 교과서의 단원을 후루룩~ 넘겨버리는 경우가 있다.


초등 6학년의 경우 <비와 비율>이라는 단원이 있다. 이 단원은 5학년 때 배우는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이 완성이 되어있어야만 풀이가 가능한 부분인데 5학년 2학기 2단원에서 <분수의 곱셈>으로 한 단원에서만 다루고, 6단원 평균과 가능성이 나올 때까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학교 선생님이 6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전반적인 것을 아울러 한번 더 짚어주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가서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 채로 공부를 접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학년의 공부까지 신경 써주는 학교 선생님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비단 수학 과목만은 아니다. 갑자기 어려워지는 것은 2학기. 국어도 글자 수가 많아지고 글자 크기가 작아진다. 하지만 행사도 많은 2학기 이기에 어물쩡 넘겨버리면 곧 긴긴 겨울 방학이 와버린다.


요즘 겨울 방학은 거의 3개월이나 된다. 2학기가 끝나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1개월 후에는 개학을 하고 1,2주의 봄방학이 또 있던 그런 학교는 이제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소속감도 거의 없는 한 학년을 마치고 다음 학년으로 진학을 하게 된다. 전에는 같은 반 아이, 같은 반 친구라는 개념도 꽤 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매력도 없다. 그저 2학년 때 잠깐 같은 반에 있던 아이일 뿐이다. 그 와중에 친구가 많은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공부 편차도 달라서 쉽게 '친한 친구'가 되기도 힘들다.


사실 2학기는 악마의 학기라는 글을 쓰면서 학교 성적에 치중하지 말자는 글을 쓰고자 했다. 나는 솔직히 학교 성적보다는 그 점수를 받기 위한 아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등시기에는 100점이 매우 중요하다. 중학교 때는 몰라도 초등학교 때에는 공부하는 부분에서 과정을 이해하고 풀이 방법을 이해했다면 당연하게도 100점 또는 95점의 점수가 나와야 하는 것이 맞고, 또 그렇게 되도록 시험문제를 배정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수는 곧바로 아이의 자존심이 되며 다음 공부의 호기심이 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학교 공부에 큰 흥미를 보인다. 자신이 몇 점이나 맞을 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혹시라도 학교 선생님이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어설프게 아는 아이나 미리 배우기는 했으나 다시 풀어보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거의 학교 공부에 지루함을 느낀다. 가끔 아이가 선행 공부를 하면 학교에서 지루해 하더란다고 하며 단 1개월을 선행 공부도 용납하지 않는 어머님도 계셨다. 그런 분은 거의 8살 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습지를 중단하거나, 아주 적은 과목만을 맡겨 주신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랬나? 어설프게 아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성적도 안 나오면서 아는 척만 하며 지루해한다. (선행은 아이의 공부 그릇에 따라 하는 게 베스트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문제풀이에 요구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센스'이다.


7살 후반에 익혀야 하는 것은 그동안 알기만 했어도 되는 것들을 이제는 보기의 번호를 이용하여 답으로 나타내고 점수화하는 것이다. 7살 이전에는 그저 알기만 해도 '잘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7살 후반, 즉 예비 초등학생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나오는 문제 풀이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예를 들면 괄호에 정답에 해당하는 번호를 넣는 것이다. 그리고 국어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보고 가운데에 들어갈 그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너무 엉뚱하면' 안된다. 이 부분은 선생님과 엄마가 꼭 가르쳐야 하는 부분이고 아이의 '센스'에 좌우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학년의 아이들은 그런 것들 뿐 아니라 '받아쓰기 점수'가지고도 친구를 따돌릴 수 있는 아이들이니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그렇다고 1, 2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다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아이에게는 학교에 적응할 2년의 시간( 1, 2학년 시기)이 남아있고, 아이가 학습지 선생님과 하는 공부에서 꾸준함만 나타내 준다면 3학년부터는 성적이 오르기 시작할 거니까...


한 때 아이들이 성적이 오르고 해님 같은 미소만 보여준다면 내 몸의 뼈는 가루가 되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기억으로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또 살아낼 수 있는 거겠지.. 아이들도 성적이 어찌 되었든 나와 함께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을 안고 컸으면 좋겠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지난날을 돌아보며 '그때는 열심히 살았구나'하고 회상할 수 있는 한 자락의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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