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Day1. 땅 속 180m, 소금성당에 가다
남미여행에 용기를 내게 한 일등공신은 콜롬비아 보고타에 살고 있는 남편의 친구다. 보고타로 발령이 났다는 그의 말에 "보고타가 어디에요?" 라 되물었던 때의 나는 내 평생 그곳에 가게 되리라고 상상치 못했겠지. 그 이후로도 계속 보고타란 지명을 외우지 못해 '안보고 타면 안되고 보고 타'라는 남편의 유머(?)인 지 암기법인지를 몇 번이나 떠올리고서야 비로소 보고타가 내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사실 우유니, 마추피추처럼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치안도 안좋기로 유명하기에 꼭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첫 남미 여행지로 낙찰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우리는 그의 집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남미땅에 적응했고, 앞으로 여행을 위한 홀로서기를 준비했다.
Al Agua Patos 아침식사
아침식사를 하러 근처 젊은 감각의 브런치 가게인 AL AGUA PATOS로 향했다. 미리 다운받아온 구글번역기를 시험해볼 차례. 갖다 대기만 하면 저절로 영어로 번역되어 보인다. 고놈 아주 기똥차다고 유용하게 사용해야겠다며 기뻐했으나 정작 여행 내내 별 도움이 안되었다. 우리는 영어도 잘 못했기 때문이었다.
토스트 위에 이런 저런 재료를 올려주는 가게였는데, 토스트도 맛있었지만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하얀 음료인 'limonada de coco'이 기억에 남는다. 코코넛 밀크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만한 맛이지만, 저 코코넛 라임에이드는 누구라도 좋아할 청량하고 상큼한 기분 좋은 맛이다. 내가 매우 흥분하며 좋아했더니 남편 친구분께서 홈메이드로 한 잔 더 만들어주셨다. 생각난 김에 나도 집에서 도전해봐야겠다.
첫번째 행선지, 소금성당(CATEDRAL DE SAL)
보고타 근교인 지카피라의 소금성당에 도착했다. 소금 성당 입구는 간단한 간식거리도 팔고,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로데오 기계도 있어 왁자지껄 활력이 넘쳤다. 유원지 입구같은 느낌이랄까. 현장학습을 온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아이들은 커다란 눈망울로 동양인인 우리를 신기하다는 듯 응시했고, 우리가 지나가는 방향을 따라 그들의 고개도 일제히 돌아갔다. 내가 살짝 손을 흔들었더니 십수명의 아이들이 다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구 반대편에 온 것을 조금이나마 실감한 순간이었다. 사진이라도 찍어놓을 걸.
입장권을 끊고 투어 시간을 기다리면서 커피를 사먹어보았다. '콜롬비아'하면 떠오르는 건 커피 밖에 없을 정도로 콜롬비아에 대해 무지했기에, 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커피였다. 주문한 커피는 에스프레소보다 약간 큰 잔에 나왔다. 평소 네스프레소 캡슐도 강도 9~10만 먹을 정도로 쓴 커피를 즐기는 나지만, 뭐지? 이 기분 마치 사약! 이후에 마신 커피들도 지나치게 시거나 써서 콜롬비아 커피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다.
과거 소금을 캐러 들어갔던 광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소금성당. 기본 투어만 한시간이 소요되었던 걸 생각하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단 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런 깊숙한 광산(땅 속 180미터라 한다)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퐝퐝 터뜨려 가며 매일 생존과의 사투를 벌였을 광부들을 떠올리면, 이 성당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어느정도 상상이 된다. 카톨릭 신자가 아니다보니 유럽여행을 할 때도 유명한 성당에 가는 것이 마치 하나의 숙제 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온 사방이 소금으로 이뤄진 땅 속 깊은 이곳 소금성당은 특별하다.
Claro Fontanar mall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Mall에 들렀다. 사실 남미여행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강도나 납치 같은 것들보다는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몰에서는 걱정 없다. 최신식 화장실을 누릴 수 있는 곳, 바로 백화점!! 어느 나라나 백화점은 고급지다.
나이키를 살짝 둘러본 결과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 남미라고 쌀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미는 물 건너 들어온 제품들은 다 매우 비싸다고 한다. 사실 백화점은 화장실만 빼면 나에게 별 흥미를 주지 못한다. 어느 여행에서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바로 바로 마트 쇼핑이다.
영롱하게 진열된 과일과 거대한 바나나. 내 평생 본 바나나 중 가장 크다고 좋아했는데, 사실은 바나나가 아니라고 한다. 본명은 플란타노. 마침 이 날 저녁에 간 식당에서 플란타노 구이를 맛보게 되는데, 바나나보다는 맛이 없다. 아래 사진은 우유인데, 콜롬비아에서는 우유를 종이팩도 아닌, 플라스틱 통도 아닌 비닐에 담아서 판다. 가정에서는 어떻게 덜어 마시는 지 궁금할 따름. 세상 불편해 보인다.
DAY1의 마무리, 안드레스 식당
소금성당의 규모보다 더 놀라웠던 안드레스 식당의 규모. 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도 계속 하나의 식당이 이어졌다. 아파트 단지 하나 정도의 크기다. 이제는 관광지가 된 소금성당과 전세계 어딜 가나 똑같은 백화점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감탄사가 나왔다. "와! 남미다!!!"
여기 사람들은 8시 이후에나 저녁 식사를 한다고 한다. 일찍 도착했더니 이 거대한 식당이 텅텅 비어있었다. 사람이 많을 때는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아쉽게도 이 날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베큐 세트와 삼겹살 튀김, 그리고 아까 마트에서 봤던 플란타노 구이를 시켰다. 바베큐는 우리가 늘 먹는 그 맛이고, 삼겹살 튀김 또한 상상하는 기름진 그 맛, 그리고 플란타노 구이는 맛없는 바나나를 구워서 맛있어진 맛이었다. 내가 맛집 탐방에 실패한 것인 지도 모르겠지만, 남미에는 이렇다 할 요리가 없다. 맨날 소고기, 돼지고기 아니면 닭고기다.
자차 보유의 가이드 덕분에 하루가 알차게 채워졌다. 오만가지 무서운 상상으로 잔뜩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결국 남미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