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마지않는 요가를 잠시 떠난다
요가원에 근무하던 시절, 어떻게 하면 회원들을 많이 모집할지 고민하며 소비자 분석을 하던 도중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요가와 필라테스의 키워드 검색량을 비교해보았을 때다. '요즘 워낙 필라테스가 유행이니 필라테스가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정도로 예상하며 찾아봤는데, 결과는 요가의 참패였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차이로.
2022년 11월 기준,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요가의 월간 검색량은 64,000건인 반면 필라테스는 무려 230,000건에 달한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요가를 하는 친구들보단 필라테스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 심지어 요가 강사인 나 또한 산후엔 요가 대신 필라테스 센터를 다녔으니, 요가의 패배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렇듯 마케팅의 관점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는 늘 경쟁 관계에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선택지 속에서 비교하곤 하지만 사실 요가와 필라테스의 근본은 아예 다르다.
요가의 어원은 'yuji', 즉, '결합'이다. 무엇을 결합하냐 하면, 바로 몸과 마음과 호흡을 결합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항상 현재에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콩밭에 가있기 일쑤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과거에 대한 후회로. 요가는 콩밭에 가있는 마음을 '호흡'이라는 도구를 통해 지금, 여기로 가지고 오는 훈련이다. 그래서 요가를 움직이는 명상이라고도 한다. 즉, 요가는 단순한 운동법이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필라테스는 사람 이름이다. 독일의 조셉 필라테스라는 사람이 신체 단련을 목적으로 만든 '운동방법'이다.
뭐가 더 좋고, 덜 좋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 지를 확실히 하면 요가를 해야 할지 필라테스를 해야 할지 명확해진다. 지금의 나처럼 허리가 아파 코어 힘을 집중적으로 길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필라테스가 더 효과적일 테고, 심신이 지치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에는 요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누군가 "허리 디스크가 안 좋은데 요가를 할까요? 필라테스를 할까요?" 하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필라테스 하세요" 하고 답할 것이다. 필라테스는 관절과 척추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훨씬 효과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체력을 기르고 취미 겸 꾸준히 다닐 운동을 찾고 있어요" 한다면 난 요가를 추천한다. 전반적인 체력과 근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요가도 충분히 효과적인 데다가, 요가를 통해 얻는 마음의 지혜는 단순히 운동센터 안에서 머물지 않고 삶의 전반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로 요가원을 떠난 지 6개월이다. 직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좋아했던 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큰 우울감도 찾아왔었지만, 난 진짜 요가를 사랑하기에 멋진 암발란스나 핸드스탠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단, 진정한 의미의 요가, 즉 몸과 마음을 한 데 모으는 데에 집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