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허리를 망친걸까?
초여름의 일이었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며 걸으면서도 신경은 온통 다리에 가있었다. 오른 발을 디딜때마다 오른 허벅지에 찌릿찌릿 저릿한 느낌이 퍼지고 있었다. 애써 별 것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날 저녁 아기랑 손 잡고 산책을 나가서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만큼 허리가 아파왔다. 허리디스크였다.
굳이 탓을 하자면 약한 허리를 가지고 태어난 내 탓이지만, 그렇게 태어난 나도 억울하니 남 탓을 하자면 최근까지 열심히 했던 하타요가 탓을 해야겠다. 요가 수업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후부턴 예전에 했던 것보다 더 깊은 아사나들에 욕심이 났고, 그래서 꽤 난이도 있는 하타요가를 하는 요가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되어서' 좋아했던 요가였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핸즈온에 소극적이었던 이전 요가원과는 달리, 이 곳에선 깊은 핸즈온을 해주셨다. 핸즈온을 받으니 아사나는 더 깊어졌고, (반강제적이었지만) 유지시간도 길어졌다. 그래서 시원했고, 뿌듯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허리를 망쳤다.
아사나를 하는 중에 아팠다면 주저 없이 그만 뒀을 것이다. 그런데 수련을 마치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뻐근하게 아팠다. 침대 탓일까? 아기를 너무 많이 안은 탓인가? 생각하며 요가 수련은 그대로 강행했고, 그것을 한 달 정도 반복하니 말그대로 허리가 '훅 가버리고' 말았다.
하타요가를 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요가를 사랑하고, 요가로부터 얻은 혜택은 말로 나열할 수 없을만큼 많다. 그렇지만 누구나 난이도 높은 하타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처럼 허리 디스크가 안 좋은 사람들은 전굴동작은 여간해선 하지 말아야 하고, 후굴도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내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 몸에 맞는 동작을 적절히 선택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요가 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2달 이상 쌩으로 수련을 쉬어본 적은 처음이다. 수련을 쉬면서 몸은 약해졌고, 마음은 무기력해졌다. 가장 소중했던 일상의 일부를 잃었다. 이것이 내 요가 여정의 하나인 것일까? 아니면 그 여정의 끝인걸까? 지금은 그런 생각 말고 먼저 아픈 허리를 재활하는 데에 힘 써야겠지. 그래도 이만할 때, 또 아직 젊을 때 내 허리 상태를 알게된 것에 그나마 감사한다.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이렇게 나는 내 허리를 아끼고 보호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