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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짧은두루미 Jan 02. 2023

오로지 나만을 위한 목표 세우기

번역 아카데미 개강을 앞두고

난 여태껏 새해가 되는 것을 그다지 반겨본 적이 없다. 시간은 늘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데 새해가 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어쩐지 유치하다 생각했고, 공식적으로 한 살 더 늙게 되는 게 뭐 그리 축하할 일인가 싶었다. 작심삼일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신년 목표는 세워본 적이 없다. 어차피 실패할 텐데 계획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해는 새해가 무척이나 기다려졌다. 새해에는 번역 아카데미 개강이 있는데, 신청한 지 두 달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다.


대학교 첫 개강 날도 이렇게 기대되진 않았던 것 같다. 초, 중, 고 12년을 갈아 넣어 힘들게 얻은 대학 입학 때도 무덤덤했던 내가 누구나 돈만 내면 등록할 수 있는 번역 아카데미 개강을 이렇게까지 기대하는 것이 나도 놀랍다. 하지만 여러 시선과 압박에서 벗어나 100%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판단해 선택한 과정이라 내겐 정말 특별하다.


아이를 낳고 나선 항상 아기가 주인공이 되었다. 나에게 목메던(?) 우리 부모님도 남편도 이젠 나에겐 별 관심이 없다. 아기가 얼마큼 컸고, 아기가 무얼 잘하고, 무얼 좋아하고에만 집중하느라 내가 뭐 하고 지내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쏠렸던 시선들이 걷히니 비로소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부모님의 기대, 성공했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남들이 좋다 하는 것들을 좇는 얄팍한 내 마음에 가려 보이지 않던 내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신년 계획을 못 세웠던 건,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온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늘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것만 좇아오니, 목표 또한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남들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비장하게 신년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올해 안에 ‘지망생’ 딱지를 떼고 프로로 데뷔할 것이다. 난 아카데미에서 1등을 할 거다. 등수를 매겨 경쟁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맘속으로 내심 '내가 제일 잘했어'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잘 해낼 것이다. 내가 스스로 인정하는 목표를 스스로를 만족시킬 만큼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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