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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a Sep 17. 2015

감기를 제발 낳지 말자

어디가 조금 아플 때면 드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5 감기를 제발 낳지 말자:
어디가 조금 아플 때면 드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요 며칠 감기를 얕게 앓았다. 

어디가 조금 아플 때면 드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안부 상  주고받는 메시지나, 업무상  주고받는 메일 등등에서 얼른 '낳으라'는 말을  한 번씩은 꼭 보게 된다. 걱정해주는 마음은 정말 고맙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내 뱃속엔  아직 낳을 것이 없다. ㅠ_ㅠ


'낳다/낫다'를 혼동하는 경우는 그래도 다행이다.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꾸준히 이를 지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노윤호 임신 의혹'낳았던' 아래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넷상에서 종종 회자되곤 한다.



몇 달 전 실수가 자주 눈에 띄는 어휘 사용 예 몇 가지를 SNS에 적어 올린 적이 있다. 실수한 당사자에게 직접 지적하지 않고 SNS에 글을 올린 건, 그러한 실수를 본인에게 직접 알려주는 것의 껄끄러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말이라는 것은 맥락 안에 존재하기에, 설령 어휘를 실수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서 화자의 의도를 넘겨짚어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대화에 있어서 말은 일단 도구일 뿐이고, 중요한 목적은 상호 의사와 감정의 교환이다. 그런데 대화 중에 맥락 상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말실수 몇 개를 물고 늘어진다면? 교정해주고픈 좋은 의도가 보이기 전에 상대방은 감정적으로 먼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지적을 피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니 알아들었으면 아무 트집 잡지 말아야 할까?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 고쳐주지 않고 본인이 잘못됐음을 알게 될 계기도 없다면 그는 계속 틀린 표현을 쓰게 될 것이다. 


유노윤호 임신설(?)의 경우에도 '빠순이 짓할 시간 있으면 공부를 한 글자라도 더 하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물론 그런 비아냥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휘 실수는 이처럼 당사자의 지적 수준을 깔보이는 빌미가 되기도 하므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고쳐주는 편이 '낫다'고 본다.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김상민 기자(일러스트레이션)



이 글은 그런 간접적인 방법을 고민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낳다/낫다 정도의 심각한 실수보다는, 사람들이 자주 틀리지만 틀렸다는 것을 비교적 인식하지 못하고 쓰고 있는 편인 어휘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틀린 형태가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어휘도 있다. 나는 아는데 너는 이것도 모르냐고 핀잔하려고 쓰는 글이 절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언어 지식의 높낮음을 서로 가리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

그저 읽는 분들의 언어 생활에 작으나마 보탬이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1. (정답을) 맞히다(○) / 맞추다(×) 

'맞히다'는 '문제에 대한 정답이 틀리지 아니하다'라는 뜻의 '맞다'에 사동 접미사인 '-히-'가 들어간 사동사다.

반면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하여 어긋남이 없이 조정하다'라는 뜻이므로 '양복을 한 벌 맞추다'와 같은 상황에 쓴다.

→ 간단 정리: '적중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려면 '맞히다'가 옳다.


2. ~할게, ~ 할 거야(○) / ~할께, ~할 꺼야(×)

어미 '게', '거야'는 '것이야'의 축약 형태다. 의존명사 '것'은 '껏'이 아니므로 '께', '꺼야'는 잘못된 표현이다.


3. 익숙지(○) / 익숙치(×)

'익숙하지 않다'는 말을 줄여 쓰려면 '익숙하지'의 '하'를 탈락시키게 되는데, '하'의 바로 앞 음절이 ㄱ, ㄷ, ㅂ, ㅅ 등의 안울림소리일 때는 '하'만 탈락시켜 '익숙지'로 쓴다. 반대로 '원활치' 같은 경우는 '원활하지'의 '하' 앞 음절이 울림소리이므로 '하'에서 모음 'ㅏ'만 탈락시키고, 남은 자음 'ㅎ'이 뒤 음절 첫소리와 축약 되어 '원활ㅎ+지' → '원활치'로 쓴다.

→ 간단 정리: '하' 앞 소리가 안울림소리이면 '지', 울림소리이면 '치'로 쓴다.


4. 서슴지(○) / 서슴치(×)

'서슴다'라는 동사는 주로 뒤에 '않다'를 꼭 붙여서 쓰고 단독으로 잘 안 쓰기 때문에 혼동이 쉽다. 동사의 원형이 '서슴하다'가 아닌 '서슴다'이기 때문에 '서슴지 않다'가 맞다.


5. 짜깁기(○) / 짜집기(×)

'짜깁기'라는 말을 풀면 '짜서 깁기', 즉 구멍이 나거나 잘린 부분을 실로 짜서 깁는 것을 뜻한다. 짜집기라는 말은 어디서 온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아마도 요즘은 손으로 직접 바느질을 할 일이 많지 않고, 더군다나 구멍 나거나 낡은 옷을 기워입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짜다', '깁다'라는 동사 자체가 익숙지 않아서 이런 틀린 표현을 두루 쓰는  듯하다. 또는 사투리의 영향으로 ㄱ발음이 ㅈ으로 굳어진 것인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 간단 정리: '짜서 깁기'의 준말이므로 '짜깁기'가 옳다.


6. 웬 일(○) / 왠 일(×)

'웬'은 '어인'의 준말로 '어찌된', '어떠한'의 뜻을 갖는다. '~이 웬 말이냐', '웬만하면' 등의 경우는 모두 '웬'이 맞고, '왠'은 이유를 따져 물을 때 쓰는 '왜인'의 준말이므로 '왠지'와 같은 경우에 쓴다.


7. 거예요(○) / 거에요(×)

'예요'는 '이에요(이어요)'의 준말이고, 모음 'ㅣ'가 없이 '에요'만 쓸 수 없다. '거예요'는 '것이에요'가 줄어든 형태다. '예요'는 앞 음절이 모음일 때 쓸 수 있고, 앞 음절에 받침이 있으면  '책이에요'처럼 '이에요'를 써야 한다. '아니에요' 같은 경우는 부사 '안'과 '이에요'의 결합이므로 '아니에요'로 쓴다.

→ 간단 정리: '이에요'가 원형이다.




Mila의 글쓰기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mil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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