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조금 아플 때면 드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5 감기를 제발 낳지 말자:
어디가 조금 아플 때면 드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어디가 조금 아플 때면 드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안부 상 주고받는 메시지나, 업무상 주고받는 메일 등등에서 얼른 '낳으라'는 말을 한 번씩은 꼭 보게 된다. 걱정해주는 마음은 정말 고맙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내 뱃속엔 아직 낳을 것이 없다. ㅠ_ㅠ
'낳다/낫다'를 혼동하는 경우는 그래도 다행이다.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꾸준히 이를 지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노윤호 임신 의혹을 '낳았던' 아래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넷상에서 종종 회자되곤 한다.
몇 달 전 실수가 자주 눈에 띄는 어휘 사용 예 몇 가지를 SNS에 적어 올린 적이 있다. 실수한 당사자에게 직접 지적하지 않고 SNS에 글을 올린 건, 그러한 실수를 본인에게 직접 알려주는 것의 껄끄러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말이라는 것은 맥락 안에 존재하기에, 설령 어휘를 실수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서 화자의 의도를 넘겨짚어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대화에 있어서 말은 일단 도구일 뿐이고, 중요한 목적은 상호 의사와 감정의 교환이다. 그런데 대화 중에 맥락 상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말실수 몇 개를 물고 늘어진다면? 교정해주고픈 좋은 의도가 보이기 전에 상대방은 감정적으로 먼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지적을 피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니 알아들었으면 아무 트집 잡지 말아야 할까?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 고쳐주지 않고 본인이 잘못됐음을 알게 될 계기도 없다면 그는 계속 틀린 표현을 쓰게 될 것이다.
유노윤호 임신설(?)의 경우에도 '빠순이 짓할 시간 있으면 공부를 한 글자라도 더 하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물론 그런 비아냥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휘 실수는 이처럼 당사자의 지적 수준을 깔보이는 빌미가 되기도 하므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고쳐주는 편이 '낫다'고 본다.
이 글은 그런 간접적인 방법을 고민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낳다/낫다 정도의 심각한 실수보다는, 사람들이 자주 틀리지만 틀렸다는 것을 비교적 인식하지 못하고 쓰고 있는 편인 어휘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틀린 형태가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어휘도 있다. 나는 아는데 너는 이것도 모르냐고 핀잔하려고 쓰는 글이 절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언어 지식의 높낮음을 서로 가리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
1. (정답을) 맞히다(○) / 맞추다(×)
'맞히다'는 '문제에 대한 정답이 틀리지 아니하다'라는 뜻의 '맞다'에 사동 접미사인 '-히-'가 들어간 사동사다.
반면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하여 어긋남이 없이 조정하다'라는 뜻이므로 '양복을 한 벌 맞추다'와 같은 상황에 쓴다.
→ 간단 정리: '적중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려면 '맞히다'가 옳다.
2. ~할게, ~ 할 거야(○) / ~할께, ~할 꺼야(×)
어미 '게', '거야'는 '것이야'의 축약 형태다. 의존명사 '것'은 '껏'이 아니므로 '께', '꺼야'는 잘못된 표현이다.
3. 익숙지(○) / 익숙치(×)
'익숙하지 않다'는 말을 줄여 쓰려면 '익숙하지'의 '하'를 탈락시키게 되는데, '하'의 바로 앞 음절이 ㄱ, ㄷ, ㅂ, ㅅ 등의 안울림소리일 때는 '하'만 탈락시켜 '익숙지'로 쓴다. 반대로 '원활치' 같은 경우는 '원활하지'의 '하' 앞 음절이 울림소리이므로 '하'에서 모음 'ㅏ'만 탈락시키고, 남은 자음 'ㅎ'이 뒤 음절 첫소리와 축약 되어 '원활ㅎ+지' → '원활치'로 쓴다.
→ 간단 정리: '하' 앞 소리가 안울림소리이면 '지', 울림소리이면 '치'로 쓴다.
4. 서슴지(○) / 서슴치(×)
'서슴다'라는 동사는 주로 뒤에 '않다'를 꼭 붙여서 쓰고 단독으로 잘 안 쓰기 때문에 혼동이 쉽다. 동사의 원형이 '서슴하다'가 아닌 '서슴다'이기 때문에 '서슴지 않다'가 맞다.
5. 짜깁기(○) / 짜집기(×)
'짜깁기'라는 말을 풀면 '짜서 깁기', 즉 구멍이 나거나 잘린 부분을 실로 짜서 깁는 것을 뜻한다. 짜집기라는 말은 어디서 온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아마도 요즘은 손으로 직접 바느질을 할 일이 많지 않고, 더군다나 구멍 나거나 낡은 옷을 기워입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짜다', '깁다'라는 동사 자체가 익숙지 않아서 이런 틀린 표현을 두루 쓰는 듯하다. 또는 사투리의 영향으로 ㄱ발음이 ㅈ으로 굳어진 것인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 간단 정리: '짜서 깁기'의 준말이므로 '짜깁기'가 옳다.
6. 웬 일(○) / 왠 일(×)
'웬'은 '어인'의 준말로 '어찌된', '어떠한'의 뜻을 갖는다. '~이 웬 말이냐', '웬만하면' 등의 경우는 모두 '웬'이 맞고, '왠'은 이유를 따져 물을 때 쓰는 '왜인'의 준말이므로 '왠지'와 같은 경우에 쓴다.
7. 거예요(○) / 거에요(×)
'예요'는 '이에요(이어요)'의 준말이고, 모음 'ㅣ'가 없이 '에요'만 쓸 수 없다. '거예요'는 '것이에요'가 줄어든 형태다. '예요'는 앞 음절이 모음일 때 쓸 수 있고, 앞 음절에 받침이 있으면 '책이에요'처럼 '이에요'를 써야 한다. '아니에요' 같은 경우는 부사 '안'과 '이에요'의 결합이므로 '아니에요'로 쓴다.
→ 간단 정리: '이에요'가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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