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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a Sep 23. 2015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글쓰기

그리하여 ‘읽히는 글’의 세계로 발 내딛는 분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8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글쓰기:
그리하여 '읽히는 글'의 세계로 발 내딛는 분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매거진을 발행하기 시작한 지 이제 열흘 남짓, 생각 밖의 일이 벌어져 어안이 벙벙하다. 

내 모자란 일곱 개의 글이 4만 건에 육박하는 총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무척 놀랍고도 감사하다. 독자를 상정한 글쓰기 공부에 돌입한지 반 년, 조금씩 쌓아둔 글이 세상의 빛을 보면서 나만의 독백으로 그치지 않고 활발히 ‘읽히고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기쁘다.


내게 글쓰기의 꿈을 처음 갖게 해 준 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쓰기’ 교과 선생님이셨다. 담임 교사제와 교과 전담 교사제가 병행된 첫 해였는데, 쓰기 선생님은 아이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주시고 각자의 속 이야기를 꺼내 쓸 수 있게 용기를 주신 멋진 분이었다.


동화 쓰기 단원에서 한 쪽 분량의 동화를 각자 써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며칠 전 있었던 일에서 착안해 이야기를 지어보았다. 수줍음이 많은 나였지만 그 날만은 꼭 발표를 하고 싶었다. 떨리는 손을 치켜들고 일어서 발표를 마치자, 선생님께서는 감탄한 표정으로 “너는 나중에 꼭 작가가 되어라.”하고 칭찬해주셨다. 그 동화를 다시 한 번 각색해 다듬은 것이 바로 내 매거진의 두 번째 글 ‘붉은 대야’다.


‘작가’라는 호칭은 뭔가 거창한 것 같고, 그 이후로 나는 글 쓰는 사람이 꼭 되고 싶었다. 글은 말과 달리 형상으로써 남는 것이다. 말 대신 글을 남긴다는 것은, 생각을 형상으로 남겨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즉, 모든 기록은 읽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읽는 사람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당장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나 역시 그런 막막함과 고민 끝에 글쓰기 수업을 몇 차례 수강하기도 했다. 훌륭하신 선생님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운 유익한 시간이었다. 수업을 통해 배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글 쓰는 실력이란 재능의 문제이기보다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타인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이렇듯 글쓰기는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에 소질이 없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글로 잘 쓸 수 있다면, 그렇게 누구나 글 쓰는 사람이 된다면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삶은 더욱 충만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털 뉴스의 댓글은 여기서 말하는 ‘글’이 아니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일관된 주제를 전달하는 여러 문단으로 구성된 짜임글, 그것을 말한다. 몇 개의 단어나 두어 개의 문장으로 내뱉는 단편적인 생각이 아닌, 하나의 에세이 정도 되는 글이라면 좋겠다. 그런 글을 쓰다 보면 누구든 식견도 생각도 깊어지게 되어있다.




이렇게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글쓰기를 위해서, 아무것도 아닌 내가 깨달은 나만의 글쓰기 원칙 몇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의 이번 글이 모쪼록 많은 분들께 나의 스승님들이 그러하셨듯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읽히는 글’의 세계로 발 내딛는 분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단편적인 생각이 아닌 깊은 사색이 활발히 오고 가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살며시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주지했듯 글은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래에 적어볼 원칙들은 모두 그것을 기반으로 한다. 무릇 글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의 눈과 시간을 잠시 빌리는 것이다. 그것을 빌리는 대가로 쓰는 사람이 주어야 할 것은 ‘재미’‘의미’이다. 그 두 가지가 없다면 독자로서는 읽는 시간을 내준 보람이 없다.


나의 경우 ‘재미’는 도입부를 쓸 때 가장 많이 고려한다. 관심이 가지 않을 이야기, 잘 모르는 어려운 이야기로 도입을 쓰면 첫 문장 몇 개 읽다가 관둘 독자들 또한 그만큼 많아진다. 모두가 알 만한 이야기, 가령 TV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나 영화, 요즘 화제가 되는 뉴스 등으로 도입을 구성하면 일단 공감대를 얻기가 수월해진다. 자연히 몇 줄 읽고 그만둘 독자도 줄어들 것이다.


‘의미’는 결론에서 매우 중요하다. 짜임글이라면 결론에 이르러서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전달해야 하고,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독자의 보람이 커지고, 글쓴이도 글을 쓴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글이 의미를 가지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우선 글 쓰는 사람은 좋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공적으로도 이로우며 균형감 있는 관점을 가져야 좋은 의미를 가진 글이 나온다. 그러려면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 나만 잘났다는 사람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 독자는 없다. 가능하다면 독서 모임이나 토론 모임을 통해 내 이야기를 정리해서 말하는 법을 익히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특히 잘난 척은 글을 쓸 때 꼭 버려야 할 것 중 하나다. 글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두루 공감을 얻기 위해 쓰는 것이다. 한데 글쓴이가 읽는 사람을 하등하게 여기고 무시한다면 누가 그런 천대를 받아가며 그 글을 굳이 읽으려 들겠는가.


그렇다면 티 안 나게 은근하게 하는 잘난 척은 어떨까. 더욱 티가 난다. 교묘해서 더 얄밉게 보일지도 모른다. 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사진 몇 장을 보자. 강아지 이야기를 하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명품 지갑을 자랑하려는 심리를 읽고, 모닝 커피 한 잔 한다는 사진에서는 자동차 엠블럼과 시계 브랜드를 읽는다. 강아지도 커피도 보는 사람들에겐 이미 관심 밖이다. 사진 속에 담긴 의도를 단박에 알아채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특히나 자신의 내면과 생각을 꺼내 놓는 작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글쓴이의 본색을 숨기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흔히 글 쓰는 작업을 발가벗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잘난 척을 경계하고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아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다면 담백하게 그것을 알리려는 목적을 쓰면 된다. 어려운 단어를 쓰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곧 지식을 자랑하고 잘난 척하려는 마음을 들키는 행위다.


이왕 버리는 김에 미사여구도 버리자. 글은 간결해야 지루하지 않다. 특히 한국어는 미사여구에 아주 취약한 구조다. 문장의 근간이 되는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양 극단으로 아주 멀게 배치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다 보면 의미 전달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즉, ‘주어 + 갖은 수식 및 부사 등의 미사여구 + 서술어’의 형태가 되어버린다. 말을 화려하게 구사함으로써 내 욕심은 채워질지 모르나 읽는 사람이 보기에는 장황하고 지루할 뿐임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짜임글 하나를 구성하는 각 문단이 모두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개요 없이 글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면 주제를 놓치기가 쉽다. 그리고 주제가 뭔지 알 수 없게 이리저리 흘러가는 글은 독자의 피로감을 유발한다. 의식의 흐름 수법은 이상 선생께 맡겨 두고, 우리는 글을 쓸 때 늘 주제를 잊지 말자.

 

“글쓰기에 마법 같은 비결이란 없다. 다만 계속 쓸 뿐이다. 거기서 마법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쓰는 게 유일한 비결이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보르헤스의 말이다. 내가 적은 여러 가지 원칙 이외에도 글쓰기에는 많은 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힘주어 당부할 것은 일단 ‘써보라’는 거다. 펜을 들지 않으면, 또는 키보드를 잡지 않으면 위에 적은 내용도 왕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당장이면 더욱 좋겠다. 

자, 이제 함께 글을 써보자.




Mila의 글쓰기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mil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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