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격동 국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작가 줄리언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를 보고 왔습니다.
이번 전시회 전까지 저에게 줄리언 오피는
이런 약간은 만화 같은 이미지의 초상화 작가로만 여겨졌었는데
예를 들자면
앤디 워홀 초상화의 특징인 구도와 색감 등을 가져와서
만화 주인공 땡땡의 모습처럼 간결한 라인을 통해 인물의 특징들을 묘사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발견하게 된 그의 animated sculpture나 평면의 형태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 등을 통해 새롭게 작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시선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아니지만 조각 작품들이 이렇게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평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각자의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대중들, 무표정하고 몰개성한 특징을 지닌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정확하게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려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일정한 모습을 띤 채 걸어가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룹이 있고, 같은 방향을 걸어가지만 각각의 인물이 평면상에서 계속해서 다른 깊이를 보여주며 지나가는 그룹 등의 2차원적인 에니매이션은 묘하게도, 실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모습인 입체적인 형태의 외형을 평면 상에서 충분하게 옮겨내고 있는데, 작가는 이를 위해, 각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에 차별화된 리듬과 서로 다른 색상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런 허상의 모습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실존에 대한 한 편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