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의 오타쿠 사랑
심장이 약하신 분이나, 비위가 약하신 분은 이 편은 잠시 눈을 감고 뛰어넘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세계적인 대가의 작품 하나를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이 세계적인 작가가 1998년 완성한 조각 작품으로 그 사이즈가 254 x 116.8 x 91.4 cm. (100 x 46 x 36 in.)나 되는 대작입니다. 재료로는 oil, acrylic, fiberglass, and iron 등이 사용되었고, 작품의 제목은 "My Lonesome Cowboy"입니다. 작가는 소제목에서 이미 보신, 무라카미 다카시입니다.
미래 우주 시대의 카우보이가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고 "법열의 순간"에 들어선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듯한 이 작품은 옥션에서 초기 추정가인 3~4백 만불을 완전히 껌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려 "15,161,000 USD" (현재 환율로 대략 160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만큼 비싸게 팔린 작품이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다카시의 작품인지라, 저도 모르게 압도되어 "법열"이라는 어려운 불교 용어까지 들먹이며 해석을 시도하지만,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고 이 이미지를 보시는 분들은 웬 19금이 브런치에 하실 거란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도대체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해탈을 하셨다는 순간과는 아주 거리가 먼 순간인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누군가들에게는 해탈의 순간도 되겠지요. 아주 짧은, 그래서 다시금 반복적으로 해탈을 찾아 나서야 하는.
무라카미 다카시는 아티스트이자, 사업가이며, 이슈 메이커입니다. 처음부터 오타쿠를 타깃으로 작업을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며, 스스로가 연예인스러운 코스튬 플레이를 부담 없이 보여주는 성격과, 그렇지만 오타쿠는 엘리트 출신인 게이오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되어 자기 같은 엘리트 계급이 아닌 출신성분은 오타쿠가 될 수 없다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영리한 발언으로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무너뜨려 갑니다.
루이비통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비통의 비즈니스를 위해 가장 크게 공헌했던 일이 바로 이 작가와의 콜라보였을 정도로, 작가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 왔습니다.
루이비통의 팬 들이 좋아했는지, 아닌지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협업은 그때까지의 루이뷔통 역사상 최고의 매출 증가율과 이익증가율을 가져왔고, 작가 역시 작품의 가치가 하늘로 치솟는 계기가 되어 버립니다.
작가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말을 했습니다.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은 오타쿠 문화에 대한 판타지가 있고, 이들은 거기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이렇게 보면, 사업에 있어서나 예술에 있어서나 중요한 건 바로 타겟층에 대한 깊은 이해, 즉 insight 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부류의 아티스트로 제가 생각하는 또 한 명은 영국의 유명한 아티스트인 데미안 허스트입니다. 죽은 상어를 어항에 가득 채운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집어넣고, 해골을 구해서, 백금을 입히고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넣은 작품들을 합니다.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도 코를 파서 인터뷰하는 평론가들에게 날려버리는 기행을 한다는 이야기도 유명하죠. 단순히 객기를 부린 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구시대적 사고는 나에게는 쓰레기만큼의 존재감도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적인 '풍자쇼'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작가의 수집가들 면면을 보면, 현대 미술 최고의 콜렉터인 영국의 사치와 한국의 삼성가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재미있게도 데미안 허스트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에 주요 수집가이기도 합니다. 투자가치가 높아서 직접 모은 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는 이 데미언 허스트도 무라카미 하루키 못지않게, 기존의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그 장벽을 뛰어넘고, 부수어 버리며, 세상에 똥침을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미언 허스트에게는 이런 재미있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가 타겟으로 삼은 고객들은 일반인이 아닌 억만장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작품을 팔고 싶은 대상 고객들을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고객들의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현재 어떤 스타일의 작품들을 벽에 걸어 두는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미술상품(그에게는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요?)에 관심들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유명 화랑의 작품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작은 디테일부터 고객에게 집중하는 그의 집념이 작품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주 비싼 동시대 작가 리스트에 항상 이름을 올리게 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미술이나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예술가라는 그래서 뭔가 인간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에 있는 것 같은 선입견을 같고 있고, 이를 통해 예술가들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들도 우리와 같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인임에 다름없음을 이 세계적인 작가들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일반인인 우리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이런 경계를 허물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들이야 말로, 현대 예술계에 필요한 또 다른 천재성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