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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Jul 09. 2019

Where's the new Alladin from?

Bollywood는 계산된 연출인가?

 실사판으로 새로이 출시된 알라딘이 대대적인 인기몰이 중입니다.  90년대 초반 알라딘 애니메이션 버전을 좋아했던 10대 전후의 아이들은 이제는 30대의 엄마 아빠가 되어 자신들이 좋아했던 알라딘의 새로운 실사판을 다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보러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중의 환호와 달리 평단의 평가는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특히나 한국과 미국 쪽의 영화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비판적이며 상대적으로 영국의 평론가들은 후한 편입니다. 아마도 감독이 영국 사람인 가이 리치여서 일까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비해 훨씬 활기차며, 리드미컬하고, 새로이 추가된 요소들을 활용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25년 전의 그래픽 기술은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전의 애니메이션 버전을 찾아 보신다면 이번 실사 영화가 얼마나 다채로운 볼거리를 집어넣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장의 추격신을 비교해 보면 애니메이션 만화에서는 실사의 제한이 없으니 실사 영화보다 훨씬 현란한 묘기를 보여줄 거라 막연히 추측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실사판에서 훨씬 더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야마카시로 흔히 알려진 '파쿠르'의 다양한 동작들을 컬러풀하고 생기 넘치는 하지만 좁고 복잡한 모로코 스타일의 거리 위에서 (모로코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어 저기 모로코네 했을 이 거리는 실제로는 영국의 surrey에 만들어진 영화 세트입니다) 재미있게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위에 올린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실사 영화의 배경을 비교해 보시면 얼마나 이번 영화가 즐거움을 위한 디테일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로코 거리 시장 풍경


 또 알라딘이 왕자로 등장한 이후 벌어지는 궁전의 댄스파티에는 빠른 비트에 맞춘 극적인 몸동작이 특징인

Bollywood 스타일의 춤을 선보이며, 힙합 문화 등에 익숙한 젊은 층의 새로운 취향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영화의 디테일들은 대중들이  상상하고 있는 '알라딘'이라는 이야기에서 기대되는 환상과 생동감 그리고 이국적인 느낌을 아주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다채로운 볼거리에서 평론가들의 시비가 시작됩니다. 특히 특정 프레임으로만 영화를 평해 온 미국 쪽 비평들이 문제제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1. 왜 이번 아라비안 나이트에 인도식 춤 등이 쓰이는가?

 2. 지니를 왜 윌 스미스가 하는가? 왜 다른 역의 주인공들을 그렇게 뽑았는가?

 등이 주요 시빗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왜 실사판의 감독 가이 리치는 인도적인 요소를 영화에 삽입하고 있을까요?

많은 비평에서 문제 삼는 것처럼 단순히 인도라는 새로운 영화의 거대시장에 아부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 해답은 아주 단순한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한 비평가들은 솔직히 첫 번째 애니메이션판 알라딘을 제대로 안 본 것지, 또는 보긴 했는데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본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프레임에 갇혀서 보고 싶은 것 만을 보았다고 상상하고 있 것입니다.


 해답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1. 알라딘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조금씩 궁금해하는 이야기입니다. 대다수의 분들은 알라딘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이니 당연히 아라비아의 어딘가 사람이겠지 라고 이해를 하고 계실 거고, 미국의 많은 비평가들 역시 이런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인터넷에 올라온 대답들을 보면 알라딘은 중국사람이다 라는 이야기가 꽤 많습니다. 친절한 설명으로 중국에 이슬람 문화를 가진 민족이 있고 그곳에 관한 이야기다 라는 확장 설명까지 있는데 과연 왜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일까요?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랍 세계에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었고, 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근대에 영어로 또는 불어로 번역된 책으로부터 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알라딘과 40인의 도적'이라는 스토리는 구전된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아랍어 버전들에서는 볼 수 없고, 오히려 불어로 번역된 프랑스판에 처음으로 소개가 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라비아에서 전해져 내려온 전통 아라비안 나이트들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스토리를 불어판 아리비안 나이트를 펴냈던 작가가 임의로 삽입한 스토리라는 것이죠)

여기에다가 다시 이것을 영어로 옮기던 영어판 변역가가 자신의 아라비안 나이트에 포함시키면서 스토리의 배경을 중국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그래서 영어판을 받아들여 소개를 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영미를 포함해서) 알라딘은 중국사람이란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중앙아시아 지역은 이슬람을 믿는 중동계들이 살고 있다는 이유를 그 배경으로 들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 배경은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이 동양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아라비아가 훨씬 멀고 이국적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라비아 보다는 중국이란 나라가 훨씬 멀고 이국적이었기에, 새로이 스토리를 추가하던 작가에게는 중국이란 배경이 훨씬 더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있을 것이란 거죠.


  그렇다면 이미 출발부터 '알라딘'은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인터내셔널 스토리가 되어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렇다 보니, 알라딘 애니메이션을 처음 제작했을 당시에 제작진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인도의 이슬람 왕국인 무굴 제국의 건축이나 문화가 첫 번째 '알라딘'의 주요 배경이 되어 버립니다. 공주의 애완동물이 호랑이이며, 그들이 살고 있는 궁전과 궁전 내 정원이 무굴제국 스타일의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디즈니가 상상했던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환상의 성이 바로 무굴제국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타지 마할을 본떠 만들었고요)

알라딘 애니메이션판 왕궁


페르시안 돔
페르시아의 영향을 받은 인도 타지 마할


 이렇듯이 인도풍을 영화에 집어넣은 것은 가이 리치가 아니라 원래 애니메이션부터 그렇게 세팅되어 있었던 것이죠. 거기에 단지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음악과 춤을 배경과 맞추고 있을 뿐이고요,

 여기에 이번 영화의 세트를 담당했던 디자이너(Gemma Jackson - 왕좌의 게임도 이 여자분이 담당했습니다)는 좀 더 다양한 여러 요소를 합쳐서 상상 속의 이국적인 도시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위의 배경은 모로코의 vivid 한 골목길과 이스탄불의 오토만 건축물, 타지마할 그리고 인도 자이푸르의 왕궁을 교묘하게 합쳐서 창작해냈다고 합니다.


이스탄불

 

자이푸르 왕궁



 그리고 정통 볼리우드 스타일을 보신 분이라면 할리우드식으로 각색된 인도풍은 오히려 인도시장에서는 역효과가 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007 어나더 데이에서 북한이 등장하는 모습이 한국시장에서 더 마이너스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말이죠.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면 007같이 하지는 않겠죠. 최소한 어벤저스나 블랙팬더 정도는 해야 될 테니까요)


Bollywood dance scene



 2. 배우 캐스팅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사실 현재 미국 또는 서구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문제의식에 대한 디즈니식 해결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아프리칸-아메리칸인 윌 스미스가 지니를 하지만 애니메이션처럼 바디를 블루로 표현하고 있고, 인도계 혈통이 들어 있는 여배우를 쟈스민으로 등장시키고 있으며, 역시 마찬가지로 중동계 혈통이 들어 있는 배우들을 알라딘과 자파에 뽑고 있습니다.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만 들리던 역이라 주인공의 인종문제 등이 이슈가 될 것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아시아나 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주인공이 서구인 (백인)일 수 있는가에 대한 해결을 위해 고심을 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전 버전의 목소리 주인공에 대한 향수로부터 이번 영화 캐스팅에 대한 불만들이 생겨났을 거란 생각입니다. 특히나 미국 쪽 비평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로빈 윌리엄스 (저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왠지 백인이라 좀 더 지지를 받았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윌 스미스의 지니 역에 불만을 나타내는 비평은 뭔가 찝찝함을 없앨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의 지니 역에 대한 이슈가 영화 개봉 전에 가장 컸던 것을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어쨌거나 윌 스미스는 그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넘치는 노래와 춤,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그가 왜 지니를 연기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혹에 정확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윌 스미스는 그래미상을 4회나 수상한 꽤나 실력 있는 힙합 가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와 춤 실력을 영화 Men in Black에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s://youtu.be/fiBLgEx6svA 윌 스미스가 부른 Men in Black 입니다.




 만약 우리가 피카소의 예술작품 같은 혁신적인 새로운 예술들을 접한다면 대중의 평보다 뛰어난 안목을 지닌 평론가들의 분석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Pleasure를 주기 위해 기획된 오락물의 경우에는 평론가들의 아집이 그 안에 숨겨진 즐거움을 찾는데 많은 방해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오락물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이번처럼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관례적인 프레임이라는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영화라면 문제가 될 듯합니다.


 코미디에 특히나 재능을 보여주었던 가이 리치의 위트와 재치가 잘 드러난 영화이며, 들인 돈 값은 충분히 하는 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 대작이니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갔고 그렇다면 당연히 잘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게 돈만 많이 들인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워터월드'나 '포스트맨' 같은 당시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던 영화가 형편없이 끝난 것을 보더라도 많은 제작비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이기도 합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많은 특수 효과를 보여주고 싶고 그런 것을 보여주려다 보면 구성상 필요 없는 부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채워지면서 영화 전체의 균형이나 완성도가 망가졌던 흑역사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아라비아와 인도의 이국적인 요소가 활기차고 리드미컬하게 잘 버무려진 이번 영화는 비빔밥을 좋아하는 우리 영화팬들에게는 아주 즐거운 볼거리와 오락거리를 제공한 잘 만들어진 영화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이 리치 감독이 '스내치' 이후에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들며, 앞으로도 그의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 많은 영화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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