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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Feb 14. 2020

The Splash

Spring's daydream

데이비드 호크니의 < The Splash >가 런던에서 다시 한번 풍덩하고 크게 물보라를 일으켰습니다.


David Hockney – The Splash  1966   Acrylic on canvas, 183*183



지난 2월 11일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29.8 Million USD(한화 약 330억)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 것이죠.


이 작품은 호크니의 "풍덩" 연작 중 하나로 가장 큰 <A Bigger Splash>와 <A Little Splash> 사이에 위치합니다. 작은 사이즈의 두 작품은 1966년에 완성되어 개인 소장가의 소장품이 되었고, "더 큰 풍덩"은 1967년 완성되어 개인 소장가의 손을 거쳐 1981년 영국 Tate Gallery가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습니다. 

 

<The Splash>는 이번이 첫 경매는 아니고 이미 2006년에 소더비에서 낙찰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구입했던 소장가가 이번에 옥션에 다시 내놓게 되었는데 약 15년 정도 시간이 흐른 사이에 가격이 10배가 뛰었습니다. 


현대 Pop art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이 작품은 그림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거대한 물보라가 특징인데요,

많은 사람들은 과연 누가 다이빙을 해서 만들어 낸 물보라일까 궁금해 왔습니다. 

Tate가 이런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호크니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질문을 했었죠.

"Who jumped into the pool?" 

풀에 뛰어든 사람이 그의 연인이었을까요? 호크니를 초대해서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을 집주인이었을까요?


하지만 호크니는 아주 담담하게 단순한 대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I don't know actually. It was done from a photograph of a splash." 

호크니는 누군가가 실제로 눈앞에서 다이빙을 해서 생긴 물보라를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그런 장면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물보라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The stillness of an image. (...) Most of the painting was spent on the splash and the splash lasts two seconds and the building is permanent there. That's what it's about actually. You have to look in at the details."

현실에서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이, 그림 속에서는 정지된 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경이로운 찰나를 영원히 간직하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며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머릿속으로 무언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저를 어디론가 휙 하고 날려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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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오! 이런 영화 촬영장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속으로 들어와 버린 걸까요?)


하나의 세트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에 촬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세트의 배경은  LA 고급 주택가 어딘가 인 것 같습니다. 60년대 유행했을 '미드 센츄리 모던' 스타일로 지어진 멋진 수영장이 딸린 집입니다. 수영장 옆 파라솔 아래로 금발의 잘생긴 남자가 파이프를 물고 수영장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이런 '디카프리오'네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수영선수처럼 멋진 몸매를 가진 남자가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채 수영장으로 풍덩하고 뛰어 들어갑니다. 얼핏 스치듯이 본 옆모습이 매튜 구드 인 것 같습니다. 이런 '디 카프리오'를 보고 <갯츠비> 촬영장인 줄 알았는데, 이거 <싱글맨> 세트 인가 싶습니다.

세트장 옆으로 약간 높은 지대에 촬영팀이 열심히 촬영 중인데요, 카메라 옆에서 지시를 하는 사람을 보니, 어라 '셀린 시아마'감독입니다.  와! 하고 놀라고 있는데 갑자기 '펑' 하고 섬광이 번쩍하더니 이상한 우주복 같은 복장의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뭐지? 근데 그들도 우리가 자기들을 몰라볼까 걱정이 되었는지 등 뒤에 이렇게 써붙여 놓았네요. SFX <cashback>  잉 뭐지? 잠깐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2006년 Sean Ellis 감독의 영화 <cashback>의 특수효과 팀 인가 봅니다.


도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어쨌건 이 장면이 너무나 궁금해서 감독에게 뛰어갔습니다.


 - 감독님, 지금 어떤 장면을 촬영 중인가요? ( 꿈이 맞나 봅니다. 프랑스 사람과 대화가 되다니)

   아,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장면은 새로 제작 중인 영화인데요, 데이비드 호크니의 <A bigger Splash>를 보고

   영감을 받은 느낌을 장면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 어떤 내용인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이번에는 남자들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인데요, 지금 장면은 영화의 전개부입니다.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두 연인이  서로에 대한 욕망을 느끼는 절정의 순간을 그려내려는 중입니다. 시한부 인생인 갑부와 나에게 내일은 없다는 듯이 제멋대로 인생을 살아온 젊은 남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고, 그래서 젊은 남자가 갑부의 집으로 옮겨 같이 살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첫날밤이 지나고 다음 날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자신의 몸매를 뽐내며 수영장으로 점프해서 들어가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을 Sean Ellis가 감독했던 <Cashback>에서 보여 준 것처럼 모든 시간이 멈춘 채 주인공 혼자 이 욕망이 절정에 이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런 순간을 그려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 그것을 영원히 간직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앞에 어느 순간 진정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는데, 자신은 더 이상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알고 있기 때문이죠.


 -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 아닌가요?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제가 시한부이며 갑부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한것이죠. 좀더 극적인 효과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거든요. 


- 그렇다면 지금 촬영하는 부분에서 이미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첨벙하고 튀어 오르는 물기둥을 바로 보는 시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핵심인데요. 그 물기둥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관객들이 그런 다양한 의미를 물기둥을 향한 편견없는,  눈을 뗼래야 뗄 수 없게 만드는 바로 그런 시선을 통해 영화의 장면들을 따라가면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 각도로 다양한 물기둥을 만들어 카메라에 담아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 물기둥의 Detail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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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동영상에서 테이트 모던 전시회에 관한 curator의 설명을 들어 보시면 저의 어설픈 설명이 보다 확실하게 이해되시리라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2xz9Gayrpw&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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