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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Feb 22. 2020

흘러내린 여성의 슬픈 역사

Dora Maar

런던 Tate Modern에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Dora Marr> 전이 열렸습니다.


익숙지 않은 이름의 이 사진작가는 "피카소"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래에 보여드리는 피카소 작품의 모델로 

등장했던 그녀의 이름을 들어 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The Weeping woman 1937   oil on canvas  60*49

피카소의 정부로 알려진 도라마르는 피카소 그림의 주인공으로 그리고 또 피카소의 연인으로 그녀의 이름이 

전해져 왔지만 오히려 아직 화가로서 만개하기 전인 신진 작가 시절 피카소를 사진작가로서  커리어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 피카소를 만나게 됩니다.


"For me she's the weeping woman. For years I've painted her in tortured forms, not through sadism, and not with pleasure, either; just obeying a vision that forced itself on me. It was the deep reality, not the superficial one... Dora, for me, was always a weeping woman....And it's important, because women are suffering machines.” - Pablo Picasso


하지만 역사는 그녀를 수많은 피카소의 뮤즈에 한 명으로 남겨 놓았을 뿐이었고, 

다시 그녀의 작가적 정체성을 미술계가 찾는 데 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그녀의 사진작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서 


2019년 6~7월에 걸쳐 파리의 Pompidou 센터에서 최초의 "Marr" 전이 열리게 되었고,

2019년 가을부터 시작해서 런던의 Tate Modern에서 동일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런던이 끝나면 미국으로 넘어가 LA의 게티 센터에서 전시회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런던에 계시거나 방문 계획이 있으시다면 꼭 들러 볼 전시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표적인 그녀의 사진 작품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The years lie in wait for you, ca. 1935, gelatin silver print, 13 by 10 inches.


"포토 몽타주" 기법으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얼굴 사진에 거미줄을 찍은 사진이 겹쳐져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관점을 통해 1930년대를 관통하고 있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Model in Swimsuit, 1936, gelatin silver print, 7¾ by 6½ inches.


도라마르는 모더니즘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당시의 "Modern Woman"이라는 개념에 대한 도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배가 드러나는 투피스 수영복을 입은 여성 모델의 모습이 "Modern Woman"일까요?

대상물을 향하는 빛과 관찰자의 시선을 출렁이는 물결을 통해 흩뜨려 놓는 이 사진에서 과연 도라마르가 뛰어넘고 싶었던 당시의 "Modern Woman"이라는 선입견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Untitled (Hand-Shell), 1934, gelatin silver print, 15¾ by 113/8 inches.


그녀는 또한 Surrealist 그룹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작업활동을 해 왔다고 하며,

위의 소라껍데기와 여인의 손 이미지는 이런 그녀의 예술적 방향성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도라마르의 작품 몇 가지를 보셨는데요, 현대의 기준으로도 상당히 독특하고 독창적인 그녀의  아방가르드적 사진 작품들은, 남성 위주의 미술사 안에서 피카소라는 거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뮤즈"의 위치에 머물러 있던 그녀에게 씌워진 굴레를 단번에 벗겨버리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되어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The Times 등에 고전음악에 관한 기고를 하는 "Rebecca Frank"의 전시회에 관한 독특한 

Comment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New Obsession"


우리는 Obsession이란 단어를 "집착"이란 뜻으로 흔히 번역을 하고 있기에,

Rebecca Frank의 이 중의적인 언급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캠브리지 영어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고는 

이 Obsession에 "Something or someone that you think about all the time"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나서, 결국 Rebecca Frank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Dora Marr, I can't take my eyes off you(and your photos)!"라는 

직접적인 의미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자를 향한 남성들의 시선 (Obsession)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란 간접적인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도라마르 #테이트모던 #피카소 #쉬르레알리즘 #아방가르드 #DoraM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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