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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Feb 23. 2020

영화를 관통하는 바이브

<Birdman>과 "Sound of Drums"

영화 <버드맨>은 아카데미와 우연곡절이 있습니다. 주요한 여러 상을 수상했지만,

그들이 무척 자랑하던 영화 음악이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nces"에 의해

<The Best Original Score> 부문에 후보로 등록되는 것조차 거절된 것이죠.


이 영화 <버드맨>에 사용된 음악은 일반적인 영화에 사용되는 OST와 좀 다른 느낌입니다.

영화를 위해 작곡된 곡은 거의 재즈 드럼 연주이며, 사용된 음악의 절반 가까이는 아주 유명한

고전음악 곡 들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클래식 곡들이 원형 그대로 사용되었으며, 작곡된 곡들이

우리가 단독 음악곡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재즈 드럼 연주이다 보니, 

보수적으로 유명한 아카데미 위원회의 기준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던 "Antonio Sanchez"는 재즈 드러머입니다.

이 재즈 드러머에게 자신의 영화에 사용될 음악을 부탁한 감독은

처음부터 아주 독특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영화 대본을 보고 만들어진 음악을 촬영한 장면들과 편집하거나, 또는 촬영된 장면을 보고

장면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곡하는 대신, 영화의 장면들을 진행시키는 데 필요한 호흡을 

이끌어줄 리듬을 만들어 내고자 했습니다.


영화 전체를 하나의 음악으로 보고, 각 부분의 주요 멜로디를 연결하기 위한 리듬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죠.


그래서 감독과 드러머는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가, 감독이 영화의 대본을 읽어 나가는 것에 맞춰 드러머는

즉흥적으로 그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나갑니다. 대본을 읽다가 주인공들의 동작 (Action)이 벌어지는 순간이나 또는 장면이 바뀌는 순간마다 감독이 손을 들어 sign을 보내면, 그에 따라 드러머는 vibe와 리듬을 바꿔가며 색다른 느낌의 드럼곡을 계속 즉흥적으로 만들어 나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60~70개 사이의 드럼 곡 (Beat)들은 이후 영화 촬영 시에 각 장면에 리듬을 부여하고 

연기나 장면 진행에 관한 타이밍의 기준이 되었다고 하네요.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실 텐데요,


아주 오래전 만들어진 고전 영화인 <Mo better blues>의 한 장면을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wYZrcuNx69A


재즈 뮤지션에 관한 Spike Lee 감독의 아주 뛰어난 영화였는데요, 링크된 비디오는

영화의 주인공들이 재즈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장면입니다.

덴젤 워싱턴이 Love에서 Baseball까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노래로 또는 랩의 형태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의 일부를 재미있게 풀어 나가고 있는 사이사이에 

드럼과 다른 악기들이  dialogue에 맞게  Vibe를 바꿔가며 영화의 내러티브에 

리듬과 감정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이 4분 남짓한 공연장면과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이 교묘하게 섞이며 드럼의 다양한 비트가 우리의 귀를 이야기의 중심에 꽉 붙들어 매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이미지만으로는 우리의 호흡을 가쁘게 또는 한없이 꺼져 들게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각적 반응은 대부분 이성에 근거를 두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반면, 

청각적 반응은 훨씬 더 우리를 감정적인 부분으로 몰고 가버리죠. 어떤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려면 감정이 움직여야 할 텐데, 바로 그때 필요한 것이 음악 아닐까요? 

그렇기에 음악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보여주고 있던  스토리라인을 잠시 멈추고, 

관찰자들이 좀 더 그들의  감정선에 근거해 감정이입이 시작되는 지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L.O.V.E" 장면에서는 스토리의 진행이 중단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관객의 감정과 영화의 호흡이 일치되어 나가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라이브 재즈 공연의 공간을 영화 전체로 확대시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연주자의 입을 통해 영화의 내러티브를 전개시켜 나가는데, 그 순간을 리듬과 멜로디에

 띄워 시청각을 교묘하게 동시에 자극하고 있는 것이죠.


바로 이런 경험이 영화 <Birdman>에서는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j1SKkvj8E 

 

왕년의 무비스타였던 주인공 "리건"과 극 중에서 현재 브로드웨이 최고 스타로 등장하는 "마이크" 간의 신경전이 드러나는 Tanning fight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fQ-xd1whA


"리건"이 "마이크"에게 커피라도 마시자며 극장을 나와 길을 걸으며 각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상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렇듯 영화의 이야기 진행을 이어나가는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드럼이 등장해

주인공들의 대사 또는 연기의 속도와 영화를 보는 관객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시종일관 이렇게 리드미컬한 빠른 진행을 한다면 관객의 감정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영화는 바로 그런 감정의 몰입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절하게, "말러" "라벨" "차이코프스키" 등을 등장시켜

관객의 텐션을 풀어주고, 서서히 스스로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afsw3Rqeg&list=PLYbgeVQDoJcGFjB6UQ9xLjRFMkxHOpZp2&index=19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 긴장을 드럼 비트와 대사 연기로 팽팽하게 보여주고 있다면

반대로 남자 주인공 "리건"과 여자 주인공 "레슬리" 사이에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에는 

이렇듯 말러의 가곡인 <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 - 나는 세상에서 잊히고>

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마치 모짜르트의 오페라에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대사에 해당하는 "레치타티보"에 쳄발로 베이스가 따라붙고,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순간과 공간에서는 주인공들의 "아리아"가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카데미 위원회와의 충돌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감독의 생각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차이코프스키, 말러, 라벨 등의 곡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곡들이 뛰어난 곡임에는 틀림없지만, 다른 곡들이 쓰였다고 자신이 만든 영화의 

내용이나 느낌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는데요,


어쨌건, 영화에서 이들 클래식 곡들이 사용되는 장면은 대부분 현재 처한 상황보다 더 좋았던 과거, 또는

내가 이루지 못한 소망 같은 상실이나 후회 회한 등이 드러나는 부분에 사용되고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감정을 말러, 차이코프스키 보다 더 잘 표현하고 있는 작곡가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러를 들어 보셨는데, 같은 영화에 나오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중 2악장 Andante Cantabile도 

한번 위의 곡과 비교해서 감상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91ZqHbpcm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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