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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Sep 07. 2020

Is Art a journey?


영화 <노예 12년>을 감독한 영국의 영화감독 Steve Mcqueen은 영화감독인 동시에 비디오 아티스트 겸 사진작가입니다. 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의 감독이자 동시에 영국이 낳은 위대한 미술가 J.M.W. Turner를 기리기 위해 매년 영국 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한 명을 선정해서 수여하는 Turner상을 수상한 뛰어난 예술가이기도 하죠.


이 Steve Mcqueen의 전시회가 2020년 봄 Tate Modern에서 계획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시작하자마자 흐지부지 끝나버리게 돼버렸습니다. 


Tate에서는 작품들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다가, 2020년 가을에 코로나로 인한 미술관 폐쇄가 끝나면 다시 그의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번 Tate  전시회에 등장할 그의 작품 세계에 관해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


"I didn't want little rooms. The exhibitin is about journeys and relationships"


사실 작가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설명할 때 Journey와 그리고/또는 relationship 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Steve Mcqueen은 과연 어떤 의미에서 Journey와 Relationship을 언급하며 동시에 공간의 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로 그가 런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개한 대규모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Tate와 공동으로 기획했던 공공미술 작업인 <Year 3> 프로젝트입니다.


런던의 Year 3 (7~8세) 학생들을 학교별로 찾아가서 Tate의 사진작가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이 모든 사진을 Tate에서 전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런던 전역의 지하철역이나 길가의 빌보드 등에도 이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암시한 것처럼 무척이나 넓은 공공 공간을 통해서 전시가 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학생 전원이 휠체어에 앉은 채 사진을 찍은 장애우 학교, 종교가 확실히 드러나는 교복을 입고 있는 아시아계 학생들, 아주 고급스러운 사립학교 교복의 학생들과 그 반대의 모습으로 찍힌 학생들까지, 계급과 계층 그리고 인종과 관계없이 런던의 모든 (물론 참여 의사를 밝힌) Year 3 학생들을 사진에 담고 있는 이 전시에서 스티브 맥퀸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보다 확실한 시각적 이미지를 가질 필요가 있고, 무엇이 진정 우리의 미래인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래는 현재에서 출발하며, 이 어린이들의 현재 모습은 그들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 될 것이라 믿고 있는 그리고 그 신념에 동의하고 있는 많은 런던 시민들의 모습에서 작가가 의미하고 있는 Journey와 Relation의 본질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작가가 어떤 지향점을 주장하는가가 아닌, 자신이 이야기한 개념들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표현하기 위해서 가장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다시 돌아와 보면,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내리는 것일 텐데요, 똑같이 Journey를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작가마다 그에 대한 자신의 정의가 다르다면, 그 개념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방식 또한 많은 차이를 가져올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스티브 맥퀸이 생각하고 있는 Journey와 relationship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힌트는 없을까요? 저는 거기에 대한 좋은 예로 그가 감독한 영화 <Shame>을 들고 싶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Journey란 단어는 어떤 의미로는 마치 "The life must be going on" 같은 뜻을 내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묵묵히 끝까지 걸어가야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성인들의 말처럼 이토록 삶은 고난일 뿐일 텐데, 우리가 홀로 그 길을 걸어가기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우리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Relationship들이 생겨나는 것이겠죠. 좋든 싫든 우리가 가야 하는 길에 동반자들 말입니다. 


우리가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았든,  꼭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 같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고 헤어지고 부딪히고 이해하는 그 모든 관계들 말이죠.


영화 <Shame>에는 이런 과정을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등장시키며 묘하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미지를 뛰어난 영상을 통해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오빠에게 모든 관계는 육체적일 뿐입니다. 육체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죠.  관계가 육체적이란 말을 뒤집어 보면, 소통이 안 되는 고립된 자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지만 오히려 더 고립된 자신을 발견할 뿐입니다.



영화 속에서 공간은 마치 한 사람의 자아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 같은 느낌입니다.

오빠의 공간은 아주 높은 그래서 현실과 격리되어 있는 하지만 약해서 모든 것이 비쳐 보이는 그런 곳입니다.


여동생은 공간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생하며 자신의 감정을 맡기고 싶어 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빠의 아파트에서 지내게  해 달라는 간절함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생에겐 의지할 오빠가 필요했지만, 오빠는 무거운 짐이 하나 얹어진 느낌입니다. 모든 것을 내던지며 소통을 원하는 동생은 하지만 자신을 열고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닺혀진 상대에게 거부당하기 일쑤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손목을 긋고 삶을 끝내려 했습니다.


과연 현대의 대도시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관계란 그리고 소통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영화 속에 충격적인 정사씬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아파트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 벽으로 외부가 훤히 보입니다. 그곳에서 아주 열정적인 관계를 하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외부로부터 비치는 그 순간,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아가 발가벗겨진 채 대중 앞에 던져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겨 납니다.



우리 스스로는 우리가 세상을 투과해 본다고 생각하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그저 수많은 셀에 들어 있는 하나의 표본일 뿐인 듯, 영화는 그렇게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현대 사회 속에서 노출되고 있는 정체성을 아주 세련된 사진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섹스로 불안감을 달래는 오빠에게 육체의 행위는 그저 우는 아이에게 물리는 공갈젖꼭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듯 삶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걸어야 하는 인생의 여정과 그 속에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관계에 대해서 영화는 이렇게 힌트를 던지고 있습니다.



"We’re not bad people. We just come from a bad place"




이 영화 속 대사는 스티브 맥퀸의 전시회에 등장하는 많은 이미지들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고 있는데


9/11 테러 이후 오랫동안 출입금지되어있던 자유의 여신상이나 

Video still from ‘Static’ (2009) by Steve McQueen © Courtesy the artist, Thomas Dane Gallery and Mar



파도에 흔들리는 배의 앞쪽에 위험하게 걸터앉은 아프리카의 청년이 보여주는 삶의 단면들을 통해


Video still from ‘Ashes’ (2002-2015) by Steve McQueen © Courtesy the artist, Thomas Dane Gallery and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들이 그것이 놓여 있는 공간에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이미지로 구현하고자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의 또 다른 영화 <노예 12년>등을 통해서도 우리는 현실 삶이 가지고 있는 고통의 모습과 그것을 헤쳐나가는 동안 생겨나는 다양한 관계의 증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큰 시련의 기간 중에 다시 열리는 Steve Mcqueen의 Tate 전시회에서 작가는 과연 어떤 작품들을 가지고 관객들과 관계를 맺어 나갈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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