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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y 24. 2020

마스크의 시대 <Age of Masks>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 낸 뉴 노멀 중 하나는 바로 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 마스크를 쓴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마스크가 개인의 아이덴티티인 얼굴을 가리고 있는 탓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던 서구 사회에서도 이제는 오히려 다양한 마스크 디자인들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데, 이런 일상의 이미지에서 갑자기 유명한 그림 한 점이 머릿속으로 튀어 올라옵니다.


 바로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작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Le fils de l'homme : Son of man>입니다.


 


1964, Oil on Canva, 116*89cm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사과가 마치 마스크처럼 그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으며, 사과 옆으로 살짝 눈이 드러나 보입니다. 특징 없는 외투와 중절모 역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죠.


<Golconde> 1953, Oil on Canvas, 81 cm × 100 cm

  

초현실주의라는 것이 흔히 무의식의 세계 속에 보이는 이미지들을 현실에 투시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들은 어떤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것일까요?


르네 마그리트가 13세 때, 모자를 만들던 그의 어머니가 자살을 합니다.  그녀가 입고 있던 나이트가운에 머리가 감겨있던 채로 발견된 어머니의 시신은 어린 르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중요 작품 중 하나인, 연인들 <The Lovers, 1921>에서 그림 속 주인공들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르네는 모든 시민들이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옷이나 모자처럼 크게 구분되지 않는 다시 말해 사회적인 위치나 기회에 있어 평등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었을까요? 


영국의 극자가, 비평가인 버나드 쇼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에 등장하는 '절대반지'가 영국 신사의 정장 모자가 가지고 있는 기호를 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모자의 모양과 재질 등에 따라 모자를 쓴 개개인의 사회적 지위 등이 나누어지고 있는 당시의 사회상을 비판한 것이었죠. 더 비싸고 멋진 디자인의 모자를 쓰는 이유가 이렇듯 권력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면, 르네 마그리트에 등장하는 평범하고 동일한 모양의 Bowler Hat은 권력과 능력이 머리에 씌어진 모자에 의해 나누어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바람은 아니었을까요?


르네 마그리트의 사과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바로 그 유명한 애플 컴퓨터의 네이밍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죠. 물론 르네 마그리트의 사과가 직접 스티브 잡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틀스의 폴 맥카트니는 르네 마그리트의 빅팬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비틀스가 1968년 자신들의 음악을 제작 유통할 레코드 회사를 만들 때 떠올린 이름이 바로 'Apple' 이었습니다.


로고를 보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주로 등장하는 파란색 사과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비틀스 팬이긴 하지만, 그가 그냥 단순히 이 애플을 카피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초에 애플이란 네이밍을 할 당시에는 뉴튼의 '사과'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그들의 첫 로고에서 이 부분이 확실히 드러나는데, 왠지 우리가 아는 그 스티브 잡스가 좋아할 만한 로고 스타일은 아니죠. 그래서 곧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런 이미지로 로고가 바뀌고 있습니다.



로고의 깔끔한 디자인과 비비드 한 색상은 당시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영국의 swing 60라는 컬처 트렌드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트렌드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바로 비틀스였죠.


(Swing 60에 대한 이전 글은 여기서

https://brunch.co.kr/@milanku205/219


선악의 사과에서 초현실주의자의 얼굴을 가린 마스크로 그리고 다시 비틀스를 거쳐 애플까지 ( 뉴튼도 빼놓을 수 없겠죠) 변하고 있는 사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과에 담겨있는 다양한 기호적인 의미들을 찾아보는 동안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로 <Little Green Apples>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HHCvj3mym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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